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한 방송에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보다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사회적 경험의 합이 행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 오전에 감자 농사가 잘되어 같이 나누고 싶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모퉁이에 감자 한 상자를 두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했고 저녁이 되자 감자 한 상자는 비워져 감자 한 알 남지 않았지만, 대신 그 상자 안에는 캔커피와 각종 과일, 견과류 등으로 채워져 있다는 일화를 예를 들며 일상의 소소한 나눔과 배려가 사회 전반적으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도 함께 덧붙였었죠.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불특정 한 사람들에게 받는 친절과 다정함이 그날 하루의 내 기분을 좌우했던 경험 아마 있으실 거예요. 직장생활에서 지치고 힘들었을 때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 가족의 위로가 힘이 되기도 했지만 같은 인사여도 따뜻하고 정감 있게 전하는 편의점 직원의 태도가 묘하게 상한 마음을 회복시키는 순간을 나는 겪어보기도 했습니다.
두어 번 마주쳤던 이웃집 할머니의 응원을 담은 아침 인사나, 뒤따라오는 나를 확인하고 무거운 유리문을 잡아주던 지하철 입구에서의 이름 모를 직장인.
열심히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아이를 지지하며 웃음을 건네는 젊은 청년들.
난처한 상황에 놓인 상대적 약자의 편에서 그를 돕는 친절한 어른들이나 모르는 걸 묻기 주저하는 노인에게 다정하게 설명해 주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꼭 내가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대상이 아니어도 타인을 대하는 그들의 따뜻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견딜만한 근육이 자라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삶들이 살아가는 이곳에서 나도 어떠한 몫은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고요.
내가 받은 고마운 경험을 나도 되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지친 하루를 안아주고 축하받아야 할 일의 기쁨이 두 배가 되도록 친절과 다정함을 자연스럽게 내게서 흘러나올 수 있게 연습하는 중이에요. 가끔 어떤 신호들을 알아챘으면서도 무시하고 싶을 때도 있긴 해요. 조금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마음속으로 영화 속 대사를 읊조려봅니다. “다정함을 보여주세요. 특히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땐 말이에요.”[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년]라고요.
한때는 ‘불편한 걸 참고 도와드렸더니 기억을 잃은 재벌 2세였다거나 거액의 자산을 가진 어르신이었다’ 같은 드라마 속 이야기를 기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상황을 설정을 해두지 않으면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일도 더러 있거든요.)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것도, 미숙한 아이를 돕는 것 또한 ‘언젠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벌어질 일이 이들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여기니 내 일처럼 나서서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매번 감사의 인사를 받는 건 아니지만 내 도움이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는 이웃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참 뿌듯했습니다.
내일의 시도! 작게라도 타인과 자신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기. 잔잔한 미소도 쌓이면 큰 웃음만큼이나 강력한 행복감을 느끼게 하니 그런 순간들을 만나게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