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소중하게

by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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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잘 가꿔보겠다 다짐하고 시도했던 이야기들이 쌓여가고 있다.

마음먹은 걸 행동으로 옮기기만 해서는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살펴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매일은 아니라도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그 흔적을 볼 수 있게 된다.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그 기록을 보며 회상하고, 그 기억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는 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산다.

남겨진 무엇이 없었다면 언젠가 잊힐 기억들이 내 인생의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걸 모르고 넘어갔을지도. 그러나 쌓여가는 글이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기록하는 일은 여러 의미에서 참 필요한 일이라고.

기록이 언제나 객관적일 수 없고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때의 나의 상황과 감정, 경험치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잘못된 기록도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하게 되면 반성과 깨달음을 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토카르추크(소설가)는 “문학은 집단의 언어가 한때 지금과는 다르게 기능했고 과거의 세계관이 현재와는 확연히 달랐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세계관을 인지하고 세계가 사실은 여러 가능한 모습 중 하나이며 우리에게 영구히 주어진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읽기를 계속하며 쓰기와 기록도 그러하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의견을 이전 세대를 이해하고 또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일에 기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니 기록이 꼭 타인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개인의 역사에도 많은 영향을 주기에 의무감을 가지고 하기보다 생각날 때, 뭔가를 해소하거나 남기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글로 남겨보기를 권한다.

몇 달이 지난 다이어리 속 짧은 메모를 보면 나는 어쩐지 울컥할 때가 있다. 열심히 살았네.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 문제가 해결되어 내가 여유가 생겼구나. 하고 쭉 훑어가다 보면 별다를 게 없이 반복되는 그저 그런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대로 정말 약속 없이 무탈하고 어쩌면 지루하다 생각될 정도로 평범한 기록도 그건 그것대로 감사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기록이 돈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고 가치 있는 일로 평가받기도 하니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시도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떠나고 나면 나에 대한 어떤 기록이 남을지 죽은 사람은 알 길이 없으니 살아있는 동안에는 내가 내 삶을 들여다보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기록을 통해서 내가 나를 기억하고 나를 스쳐 간, 또는 곁에 남은 이들과의 귀한 순간을 기억하는 일은 힘겨운 어떤 날 그 고난을 버텨낼 수 있게 하는 힘을 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남겨질 이들에게도 내가 남긴 기록은 소중한 어떤 것이 될 수 있으니까.

내일의 시도. 작은 노트와 쓰기 편한 필기구를 준비하고 글이나 그림, 사진 등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기록해 보자. 매일같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꾸준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응원을 보내는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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