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제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밤새 끙끙 앓다가 오늘 이 시간까지 아팠다.
지금도 타이레놀을 먹고 몽롱한 기분에 이 약기운이 없어지기 전에 잠들어야 하지만, 글쓰기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무엇이라도 기록할 만한 것을 떠올리다 문득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본다.
아침에, 왜 겨울이 되었는데, 12월이 되었는데 눈이 안 오냐고 투덜거리는 아들에게 코코아를 타 주고 옷을 갈아입혀서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낸 후 예약해 놓은 치과 진료를 받으러 길을 나섰다.
이렇게 아플 줄 모르고 예약을 해 둔 나를 탓하며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에 매서운 겨울 찬 바람이 야속해하며 걸었다. 하필 오늘 대자연의 날이 시작된 것도 누구를 원망하랴..
충치 치료를 하며 때운 자리가 떨어져 나가서 다시 메꾸는 치료를 했고 두통은 두 배가 되었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미리 켜 둔 전기담요가 있는 침대에 몸을 누일 때 "나 죽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귓속까지 찌릿거리고 머리는 지끈지끈 온몸 마디마디가 붕 뜬 것 같으면서 저리고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픔이어서 헛웃음 같은 것도 나오고 했다. 점심은 냉동만두로, 입맛은 없고 생강차 마시고 누워있다 아이가 올 시간이 되어 겨우 몸을 일으켜 롱 패딩을 입고 현관을 나섰다.
눈이 내렸다. 함박눈은 아니었고 날리는 눈이었는데 문득 앞으로 알 수 없는 어떤 해 12월 1일, 만약 눈이 내린다면 너무 슬퍼서 숨 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들이 생각날 것 같아서. 언제나 이별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내 안 좋은 버릇. 나는 왜 내 아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 만 같은 것일까.
오후 4시쯤, 오전에 먹은 약기운이 떨어져 다시 약을 먹으려고 나오는데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그냥 눈에서 또르르 흐른 긴 물줄기가 떨어지고 그대로 거실 매트에 주저앉아 너무 아프다고 한 마디 뱉었는데 아이가 다가와 손을 가슴팍에 얹고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덜 아플 거야. 내가 해줄게."
그 작은 손이, 그 순간 어떤 위로를 주었는지 나는 알고 있어서 또 슬퍼졌다.
친구도 가족도 모든 내가 애정 하는 사람들과의 기억과 추억들이 그들이 떠나고 난 뒤 나를 괴롭게 할 것만 같은 지나친 상상 때문에 그들과의 소중하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 마음을 멈추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