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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Dec 01. 2021

12월의 첫눈

일상

어제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밤새 끙끙 앓다가 오늘 이 시간까지 아팠다.



지금도 타이레놀을 먹고 몽롱한 기분에 이 약기운이 없어지기 전에 잠들어야 하지만, 글쓰기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무엇이라도 기록할 만한 것을 떠올리다 문득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본다.



아침에,  겨울이 되었는데, 12월이 되었는데 눈이  오냐고 투덜거리는 아들에게 코코아를  주고 옷을 갈아입혀서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낸  예약해 놓은 치과 진료를 받으러 길을 나섰다.


이렇게 아플 줄 모르고 예약을 해 둔 나를 탓하며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에 매서운 겨울 찬 바람이 야속해하며 걸었다. 하필 오늘 대자연의 날이 시작된 것도 누구를 원망하랴..



충치 치료를 하며 때운 자리가 떨어져 나가서 다시 메꾸는 치료를 했고 두통은 두 배가 되었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미리 켜 둔 전기담요가 있는 침대에 몸을 누일 때 "나 죽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귓속까지 찌릿거리고 머리는 지끈지끈 온몸 마디마디가 붕 뜬 것 같으면서 저리고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픔이어서 헛웃음 같은 것도 나오고 했다. 점심은 냉동만두로, 입맛은 없고 생강차 마시고 누워있다 아이가 올 시간이 되어 겨우 몸을 일으켜 롱 패딩을 입고 현관을 나섰다.



눈이 내렸다. 함박눈은 아니었고 날리는 눈이었는데 문득 앞으로 알 수 없는 어떤 해 12월 1일, 만약 눈이 내린다면 너무 슬퍼서 숨 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들이 생각날 것 같아서. 언제나 이별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내 안 좋은 버릇. 나는 왜 내 아이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 만 같은 것일까.



오후 4시쯤, 오전에 먹은 약기운이 떨어져 다시 약을 먹으려고 나오는데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그냥 눈에서 또르르 흐른 긴 물줄기가 떨어지고 그대로 거실 매트에 주저앉아 너무 아프다고 한 마디 뱉었는데 아이가 다가와 손을 가슴팍에 얹고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덜 아플 거야. 내가 해줄게."

그 작은 손이, 그 순간 어떤 위로를 주었는지 나는 알고 있어서 또 슬퍼졌다.



친구도 가족도 모든 내가 애정 하는 사람들과의 기억과 추억들이 그들이 떠나고 난 뒤 나를 괴롭게 할 것만 같은 지나친 상상 때문에 그들과의 소중하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 마음을 멈추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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