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친구가 되려면
침묵에 익숙해져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입추'라는 절기를 넘기자,
확실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저녁 산책을 나가기 좋아졌다.
학기 중에는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오전에 혼자 운동을 하러 나가는데,
방학 중이라 오전에도 수업이 잡혀 있어서
저녁에 운동을 나간다.
원래는 아이들 하는 거 하도록 두고
혼자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번 여름 방학에는 되도록이면
두 아이와 함께 운동을 나가고 있다.
첫째 아이가 5학년인지라,
이렇게 따라나설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작용한 덕분이다.
오전, 오후 중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내도록 습관을 들이기에도 좋다.
저녁에는 운동을 가야 하니,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그렇게 해서 어제도 저녁을 먹자마자,
옷을 챙겨 입고 두 아이와 나왔다.
이번주는 비가 와서 나가지 못했던 하루 빼고는
연달아 운동을 나섰는데, 그리 해보니
아이들의 패턴이 보인다.
집 밖을 나서고 얼마 안 있어서
두 아이는 신이 난다.
신이 난 기분은 고스란히 온몸으로 표현이 되는데,
그중 입이 가장 신났다.
분명히 집에 있었으면 나누지 않았을 대화까지
두 아이의 입에서 몽땅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다.
하는 거 없이 멍하니 듣고 있으면
나도 잘 집중이 안될 텐데,
걸으면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니
지루하지 않고 좋다.
아이가 뱉은 말을 수긍하며 열심히 들어주다가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질문을 무심코 던져 보다가
나의 의견도 종종 첨부하는 식이다.
역시나 이 대화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컷 하게 둔다.
그러다 6 천보쯤 되는 운동의 임계치가 차오르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서서히 조용해진다.
걷고 뛰는 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소란스러웠던 아이들과의 산책이
잠잠해지는 순간이다.
그 안에 침묵이
그 안에 고요가 자리한다.
각자 길을 따라갈 뿐이다.
따닥따닥 붙어서 출발했던 그 길이
귀가할 때쯤이면 일렬로 늘어선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더 가까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