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깊이 괴로워하는지가
인간의 위치를 결정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불과 이틀 전,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
1일 자에는 뭐든 결심하기 좋은 날이다.
시작을 알리는 이 숫자에서
나는 또 결심을 한다.
다. 이. 어. 트.
뭐 지금처럼 산다 해도 나쁠 것은 없고,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내 삶에 크게 지장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압력의 작용보다는
순전히 '덜어내고 싶다'는 욕망의 작용으로
그 무엇이 되었든 열심히 덜어내고 있는데,
덜어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중에
내 몸에 붙어 있는 군더더기 또한
더 덜어낼 지점들이 보이니
결국 1일 자로 한 번 더 목표 체중을 적어냈다.
목표를 세웠다 하여 크게 달라질 것은 없고
평소보다 덜 먹고, 더 움직일 뿐이다.
그러다 문득,
요즘 핫하다는 위고비를 생각했다.
위고비가 아니어도, 처방약도 있다.
과정은 쉽다.
하지만 그만큼 '방심의 역효과' 또한 빠를 테다.
그래도 의료계의 혁명이고,
나는 여기서 아주 조금만 빼면 되는데,
쉽게 가보고 싶은 유혹은 강력했다.
편의점에 가서 쓰레기봉투 하나 사서
닥치는 대로 덜어 버릴 것을 골라
봉지에 담아 버리듯,
내 체중의 일부를 그렇게 가차 없이
덜어냈을 때에 똑같은 쾌감이 들까.
지금 내가 여기서 단기간 내에 빼야 할
다급한 이유가 있던가.
그 약을 처방받기 위해 내 돈을 쓰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결정인가.
그리하여 결국 살을 뺐을 때에 누군가가
어떻게 뺐느냐 묻는다면
약 덕분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역시 꽉 막힌 나는 모든 질문에
No, No, No다.
-그저께는 Na, Na, Na였는데,ㅎㅎ-
살을 빼겠다는 건 표면적인 목표일 뿐,
언제나 나에게 더 필요한 건
달리기나 걷기를 통한
'내 정신의 청소'였던지라,
오늘도 탄력 좋은 운동복과 모자,
두툼한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나간다.
살 빼겠다는 목표에 도달하는 일은 요원해 보이지만,
덕분에 오늘 하루 가뿐하고 활기차게
'정신 승리'는 가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