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 닮은 그런 아들 말고

by 엘샤랄라

젊은이를 타락으로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사고방식이 같은 사람을 존경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시야 밖으로

물러나면 아이들도 서서히 잘 준비를 한다.

해야 할 과제를 마무리하고,

깨끗하게 씻고 각자 읽을 책 한 권을

들고 침대로 향하는 루틴이다.

하지만 바로 자기 침대로 가진 않는다.

아빠 옆에 달라붙어 엉겨 붙고 간지럽히고

한참을 뒹굴어야 한다.


어제는 딸아이가 아빠와

침대에 누워 '보리, 쌀' 게임을 하잔다.

신나게 하고 있는데, 아들이 끼어든다.

아들의 방식은 남다르다.

보리보리 쌀이 아니고 대뜸 현미가 등장한다.

쌀 아니고 콩이 등장하기도 하고

팥이 등장하기도 한다.

부엌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생각지 못한

발상에 입가에서 압력솥 김 빠지는 소리처럼

피식 웃고 만다.

나는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에서 이길 생각만 하는 여자다.


아들이 노래를 부른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가 아니고,

'날 좀 안 보소, 날 좀 안 보소' 식이다.


아들과 함께 영어 수업을 하는데,

오래간만에 에어컨 작동이 힘찼는지 춥단다.

아들은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다며

방에 잠깐 다녀오겠단다.

때마침 등장한 아들,

'패딩'을 껴입고 들어왔다.

어이가 없었다.

수업하는 내내 '부스럭부스럭' 신경에 거슬린다.

참다참다 한 소리 하려는 찰나,

아들이 소리친다.

'아싸!!!!!'

주머니에서 만원을 발견했다.

나의 잔소리가 쏙 사라졌다.


그렇게 아들은 언제나 내 예상 밖으로

움직이는 녀석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정리하면 쏟아놓고,

오르지 말아야 할 곳을 올라서 넘어져 다치고,

예측불가한 아들의 행태에

일찍부터 아들과 거리를 두어야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의 방식을 존중해 주었고,

아니다 싶을 때는 따끔하게 하지만 짧게

훈육하였다.

스스로 부딪혀서 깨져보며 배워 나갈 것이라

믿어주기 시작했다.

기다려 주기 시작했다.


5학년이 된 아들은

3, 4학년 때보다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

뾰족하기 그지없던 성격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까탈스런 성격이

되려 둥글둥글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웃게 한다.

무언가를 제안했을 때에 바로 오케이 하진 않지만

대화를 통해 설득이 가능해졌고,

또 들어주려고 한다.


나를 닮았고, 아빠를 닮았고,

나와 아빠를 닮은 그런 아들 말고

그냥 '아들'로 크길 바랄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의 모습 그대로,

그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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