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타인에 대한 불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세상이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모든 결핍을 타인이나 세상 탓으로 돌려서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2013년 10월 결혼 후, 3개월이 지나서
임신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첫 임신이었던지라, 2014년 5월 즈음,
중간고사 대비로 한창 바쁠 시기부터
속이 메스껍고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가르치고 있는 학생이 있었지만,
무책임하게 일방적으로 그만둘 수도 없었다.
내가 갖자고 해서 가졌고,
내가 선택해서 가는 길이었음에도,
상황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나는 그 모든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다.
모든 불만의 원인이 남편이 되고 말았다.
귀가하는 길에 임신한 아내를 위해
그가 식탁 위로 쌓아 올린 과일 상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눈치를 보며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그의 수고로움 따위 또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 모든 시련은
남편 때문인 것만 같았다.
결혼 직전, 남편은 이제 막 시작한
자신의 사업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건만
귀 기울여 듣지 않은 건 나였다. 또한,
입덧을 가볍게 치부한 사람도 나였다.
나는 비켜갈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코피 한 번 잘 안나는 체질이니.
누구도 쫓아오지 않는데 혼자 쫓겨서
임신과 출산의 시기를 바짝 당겨 놓았다.
그렇게 저질러 놓고,
철석같이 믿었던 내 몸의 배신을
나는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임신한 여자의 몸은
더 이상 그 여자의 몸이 아니었다.
다신 오지 않을
그토록 소중했던 바로 그 순간에.
나는 혼자 배신하고 혼자 배신당했다.
바로 잡아야 했다.
수긍하고 인정해야 했다.
'내 탓이오.'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을까.
의무감이었을까.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모성애였을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그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입장했던 나를 조망했다.
그 결혼,
자신감 있게 걸어갔던 그 길,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을 아직은
실망시켜 드릴 순 없다는 바로 그 마음으로
나를 추슬렀다.
첫 아이 임신했을 때,
딱 그 마음이었다.
그 마음으로 신혼 초,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