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만난 니체

by 엘샤랄라
2025_니체28.png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는

터키 천문학자가 등장한다.

"When an astronomer discovers one of them,

he gives it a number instead of a name."

.

.

.

"If I've told you these details about Asteroid B-612

and if I've given you its number,

it is on account of the grown-ups.

Grown-ups like numbers."

.

.

.

초창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하기 시작했을

때의 내 모습을 돌아본다.

그 안의 세상은 모든 것이 숫자였다.

서로이웃이 몇 명인지,

오늘 하루 방문객이 몇 명인지,

각각의 글은 몇 번이나 클릭되었는지,

그래서 나라는 블로거는 전체에서 몇 위 정도인지,

익숙하지 않은 숫자를 보면서

적응이 되기보다, 나는 오히려 주눅이 들었다.

내 블로그에서 말하는 숫자들은

턱없이 보잘것없었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였다.

팔로워의 수가 몇 명이고,

하나의 피드에 몇 개의 하트가 눌러지는지까지

온라인상의 궤적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숫자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번, 네이버 '판'에 나의 피드가

사전 협의 하에 발탁되어 공개되었고,

그 주 내 블로그가 터져나가는 경험을 한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욕심이 났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배워 보고자 관련 강의를

듣게 되었고,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블로그를 함에 있어서 진짜 행복한 순간은

평범한 날이든, 특별한 날이든,

그저 스칠 수 있는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에 있었고,

바로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나'에 대한 발견이었다.

바로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의 지평을 넓히고 인사이트를 확장하는 일이었다.

바로 그 안에서 '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일이었다.


그 이후, 어쩌다 조회수가 높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면 나는 여전히 신이 난다는 걸 숨기고 싶진 않지만,

플랫폼이 말하는 숫자가 저조하다 하여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결코 꺾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으로 나는 브런치와 스레드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고,

여전히 이 숫자들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내가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나의 부캐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활동의 중심추가 플랫폼에 있지 않고,

나에게 있기 때문이겠다.


지금 내가 즐기고 있고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숫자에 집착하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바로, 이곳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과 글이 있는 곳에 녹아있는 내 삶의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