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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Jan 20. 2017

눈 내린 덕수궁을 찍어보자

서울 중구의 <덕수궁>

간밤에 눈이 꽤 많이 내렸다. 눈이 녹아 사라지기 전에 카메라에 담아 두고 싶었다. 집에서 나오면서 <덕수궁>이라는 제목의 책도 가지고 나왔다. 지하철에서 읽으며 덕수궁의 역사와 유적들을 눈에 발라두었다. 읽으면서 좀 오래된 책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실제로 1991년 초판발행된 책이었다.) 역사에서 특정 용어의 선택이나 사용이 곧 저자의 역사관을 반영하게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덕수궁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과 함께 우리나라의 5대 궁궐로 불린다. 덕수궁의 역사는 임진왜란까지 올라간다. 의주까지 피난 갔던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온 후 옛 월산대군의 저택을 행궁으로 삼았다. 광해군 때부터 경운궁이라 불렸는데,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서궁이라 낮춰 불리기도 했다.


경운궁이 다시 궁궐로 된 직접적인 동기는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때문이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는 동안 경운궁을 수리하도록 지시하였고, 고종이 인화문을 통해 러시아공사관에서 경운궁으로 돌아왔다. 중화전의 영건 이후 경복궁, 창덕궁에 비길 정도의 면모를 갖추었으나 화재로 인하여 건물들이 다수 소실되었다.


덕수궁 안에는 석조전, 정관헌, 중명전 등 양옥들이 남아있다. 석조전은 1910년에 완성된 대한제국의 서양식 건물로, 대한제국 황국의 정전이었다. 지금은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으로 활용되어 당시의 생활사와 근대의 정치, 외교, 황실사를 담아두고 있다. 정관헌은 고종이 외국 외교관들과 연회를 열고, 즐겨 커피를 마시던 곳이다. 중명전은 황실의 도서와 보물을 보관하는 용도로 계획되었으며, 건립 시에는 수옥헌이라 불렸다.


덕수궁은 고궁이 주는 고즈넉함과 유럽풍의 건축물이 주는 고풍스러움을 동시에 가졌다. 다른 궁궐들보다는 도심에 있어 주변을 둘러싼 고층건물들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덕수궁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그리고 현대 대한민국의 느낌이 중첩되어있다. 도배지 위에 새롭게 도배지를 붙여 두께가 더하여지듯 겹겹이 쌓인 시간의 레이어를 사진 한 장 안에서 담을 수 있다.


눈이 내린 덕수궁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거기에 자연마저 어우러져 있었다. 잠시 짬을 내어 들린 것이라 오래 머물지 못하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 덮인 덕수궁을 보며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담고 돌아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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