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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Feb 11. 2017

전태일 기념상을 찍어보자

청계천 버들다리의 <전태일 기념상>

동대문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종로 쪽이 아니라 청계촌 쪽으로 걸어왔다. 예전에는 헌책방이 많아서 헌책 사러 오기도 했던 곳인데 그 사이 헌책방은 많이 사라졌다. 조금 걸어가니 버들다리가 보였다. 이 다리는 전태일 다리라고도 불린다. 다리 중간에는 전태일의 기념상이 있다. 전태일의 분신장소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로 이미 만들어져 개봉한 바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을 전전하다 평화시장의 재단사가 되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가난에서는 헤어 나오지 못했고, 그러면서 사회 현실에 대해 눈뜨게 되었다. 1970년, 22세의 젊은 나이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불꽃으로 타올랐다. 영화는 분신 25주년이 되는 해에 8천여 명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오래전 읽었던 <전태일 평전>이 생각났다.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던 이 책은 이내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처음에는 저자가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개정판에서 그 저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때는 이미 불치의 병을 앓고 세상을 떠난 후였다. '전태일기념관건립위원회 엮음' 대신에 '조영래 지음'으로 고쳐 적었고, 타계한 변호사의 노고와 뜻을 기렸다.


2017년의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닌 것 같은데, 꼼수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월급 지급을 미루고,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방법들을 쓴다는 기사를 읽었다. 청년 전태일을 슬프게 한 것은 어린 여공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14시간 노동에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는 50원을 받는다는 현실이었다. 그러한 현실은 사람과 금액만 조금 바꾼 채 수십 년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의 가치, 일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답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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