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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Mar 09. 2017

문 열기 직전의 카페를 찍어보자

분당 서현동의 <로스터리 카페 1223>

젊은 직장인이 라면이나 김밥 등 값싼 메뉴로 점심을 때운 뒤에 밥값보다 비싼 고급 커피 한 잔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 예전에는 이해받기 어려운 행동이었는데 이제는 '작은 사치'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설명된다. 사치스러운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잠시나마 삶에 활력과 위로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약 100여 년 전,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는 커피는 이제 대중문화로 완전하게 안착했다. 커피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차고 넘친다. 별다방, 콩다방, 천사다방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도 커피를 주력 메뉴로 삼는다. 편의점에만 들어가도 각종 브랜드의 캔커피와 컵커피가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경쟁적인 상황에서 동네의 카페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의 천편일률적인 맛과 분위기가 줄 수 없는 개성이, 인스턴트커피가 줄 수 없는 맛과 향이 동네 카페에는 담겨있다. 매뉴얼에 적힌 대로 움직이는 서비스는 주인장의 배려심을 결코 따라올 수 없다.


아직 첫 손님을 받기 직전, 본격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 않은 카페 안은 가지런하다. 유리창으로 맑은 햇살이 비춰 흐르고, 카페 안은 잔잔한 음악으로 가득 찬다. 오늘은 어느 누가 얼마나 오게 될까? 문을 밀고 들어올 손님을 차분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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