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나란 사람은.
여기서도, 저기서도, 언제든 늘 불안이 따라다녔다.
불안은 나의 몸과 마음을 항상 긴장상태로 만들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고 맘 편히 행복감을 만끽한 때가 얼마나 있었을까.
그러다보니 기분은 우울한 상태가 되기 쉽상이었다.
뜨거운 물에 데었던 그 날 전에는 늘 난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예외도 있겠지만, 모든 것엔 원인 또는 이유가 있다.
특히 '나'라는 사람은 꼭 이유가 있다.
불안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수용받지 못하고 예민하고 유별나서라는 색안경으로 부정받으며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었기 때문에 뿌리가 단단하지 않은 채로 아득바득 서 있었다.
그래서 늘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감정을 느끼든 자기검열을 심하게 했다.
이런 생각을 해도 될까,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될까.
표현할 때도 늘 상대의 눈치를 살폈다.
심지어 참다참다 터트렸을 때, 그렇게 용기내서 겨우 표현을 했는데도
내 감정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더 우선순위에 뒀다.
화가 나고, 상처를 받았으면 그것만 생각해서 노발대발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늘 '나 화날만 하지? 내가 이상한거야?' 라는 확인을 받으려 했다.
그 와중에 상대방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면, 그 사람이 왜 그럴까를 생각했다.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가족들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을 때에도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받으면서도
불안에 떨었다. 계속 내가 안 풀면, 받아주지 않으면 또 화를 내서 내 탓을 하거나 포기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또 하나,
나는 큰 소리에 잘 놀란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친구가 놀래키려고 준비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늘 당했다.
그런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집에서는 부모님의 싸우는 큰 소리를 들으며 불면의 밤을 지냈다.
자는 척을 하다가 갑자기 나를 불러 중재를 시키는 아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거실로 나가곤 했다.
성격 급한 아빠의 호통에 잘 놀라니 늘 긴장하며 빨리 빨리 하려고 노력했다.
언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아직도 위축이 되곤 한다.
불안과 우울이 심해지다 방황까지 겪었던 시기에, 큰 소리에 잘 놀라는 내가
경보기 오작동을 들었던 거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이사를 한 두 곳에서는 후에 대처도 안일하게 하는 걸 많이 봐서 불안은 더 증폭이 되고, 집에서 잠시도 있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거였다.
결국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나 나란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폭발하거나 무너지거나 마음을 닫지 않는다.
이제 가족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도,
더는 공감하고 싶지 않은 것도,
더는 하소연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것도,
자기 할말만 하고, 자기 감정만 중요하고, 자기만 정당하다고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죽고 싶었던 것도, 공황발작도, 불면증도,
여기에 다 적지 못하는 모든 것들도.... 다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