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우 새빨간 색으로 칠해진 서랍장은
어디에 두어도 두 눈에 띄이는 물건이지.
이곳에 내 모든 것을 넣어둘 거야.
첫 번째는 자주 보게 되는 것들을 넣어둘 거야.
두 번째는 기억하게 되는 것들을 넣어둘 거야.
세 번째는 시시콜콜 재미진 것들을 넣어둘 거야.
네 번째는 때가 되면 필요한 것들을 넣어둘 거야.
다섯 번째는 찾아보게 되지는 않지만 버릴 순 없는 것들을 넣어둘 거야.
마지막에는 소중하고 잃으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넣어둘 거야.
두 무릎이 다 펴진 채로는 마지막 서랍은 열 순 없어.
애써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허리를 굽혀야 손이 닿아.
그래야지만 소중한 것들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
언제든 매일 마지막 서랍을 열기 위해 무릎을 접을 수 있어.
어느 날, 나의 오랜 빨간 서랍장이 내 인생의 중요하고 추억을 간직한 모든 물건들을 전부 다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작성해 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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