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기다림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by 김태호

동물의 세계에서는 약하거나 병들면 먼저 먹힌다. 육상의 포식자들은 물론 물고기도 비정상적으로 헤엄치는 먹잇감부터 쫓아간다. 때문에 자연에서 걷지 못함은 죽음을 의미한다. 초원에서 소와 말은 태어나자마자 일어나야 하고 곧 뛰어야 한다. 성체가 되어서도 뼈가 부러지거나 덫에 묶이면 살아남기 어렵다.


먼 옛날에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돌을 들고 먹이를 쫓을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 걷지 못하는 자는 가치가 없다. 걷지 못함은 죽음을 의미했다.


커다란 맹수가 덮칠 때 부러진 친구를 들쳐 엎고 달릴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리고 그게 동물과 사람의 결정적 차이라는 사실을 그때 그들은 알았을까.


기다리면 부러진 다리가 회복되고 부목을 대면 뼈가 더 빨리 붙는다는 사실도 다친 사람을 버리지 않고 보살폈기에 깨닫게 된 것이리라.


부부관계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마음으로 버리지 말고 상대의 부러진 부분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이는 발을 씻지 않고 침대에 눕는 사람을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이는 온종일 티브이채널을 돌리며 빈둥대는 상대를 참지 못한다. 상대의 우울을 의심하는가 하면 혼자인 게 편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기다림은 희생을 요구한다. 맹수 앞에서 다친 친구를 업음은 목숨을 건 자만의 결정이며 책임감의 표현이다. 그를 위해 먹이를 더 많이 구해야 하고 잠도 줄여야 하며 똥오줌도 대신 받아야 하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러진 사람의 짜증과 화도 참아낸다.


부부의 기다림은 목숨을 걸 만큼의 가치가 있다. 기다림으로 상처가 회복되면 상대의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 즉 믿음의 흉터가 남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믿음을 전제한다. 믿음은 부러진 마음에 보이지 않는 부목이다.

기다림은 외롭다. 정한 시간 없는 기다림은 커다란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기다림은 가장 어두운 상황에서 빛난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의 흉터가 삶을 다시 돌이킬 힘을 준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기다림은 사람을 살린다. 온전하지 않아도 절뚝이며 걸어갈 용기가 된다. 어쩌면 부부는 생명 다해 서로를 기다리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부부 #기다림 #믿음 #부부의 언어 #용기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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