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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김에 May 14. 2020

출근을 합니다.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저의 꿈은 출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정말 딱 늦지 않을 정도의 시간에 일어나 세수와 양치질만 하고 출근을 합니다. 전 아침잠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침이 너무 힘듭니다. 예전 직장엔 7시 반까지 출근을 해야 했는데, 그땐 어떻게 다닌 건지 나 스스로가  정말 대견했습니다. 지금은 8시 반까지 출근인데 그것도 8시 27~8분쯤에 도착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출근해서 일을 하다 보면 창문 밖으로 파란 하늘과 띄엄띄엄 보이는 하얀 구름... 살랑살랑 일렁이는 나뭇잎들을 보니 으로 나가고 싶어 집니다. 겨우 참고 출근했는데 바깥 풍경에 나가고 싶은 이 맘 때문에 목표가 생겼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출근을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출근하고 있습니다.

로또만 되면 그만둬야지 하는 잡히지도 않을 꿈을 꾸며 현실성 없는 미래를 그리며 꾸역꾸역 출근을 하다가 불과 얼마 전부터 그나마 현실성 있는 투자를 하며 출근하지 않게 될 그날을 꿈꾸고 있습니다.(일하는 시간엔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리고 끄적끄적 무언가를 쓰기도 하고요. 


전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규모가 있는 병원이라 직원들끼리의 통일성, 획일화된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개성이 강한 사람은 아닌데 다 똑같은 유니폼에(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따릅니다.) 다 똑같은 머리망에 다 똑같은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얼마 전 이제 곧 여름이라 일하기 편하게 상의만 티셔츠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동료들과 투표와 상의를 거쳐 한 가지 티셔츠를 선택하고 병원의 행정 책임자분께 보고를 드리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답변은 '안된다'였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티셔츠를 입는다고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이지? 고 편해서 일의 능률이 더 올라갈 수도 있는 건데 그런 건 왜 생각을 안 해주는 거지? 보이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입을 옷인데 우리가 아닌 다른 분야를 대표하는 분들이 결정을 지은 이 일이 전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정말 '때려치워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이 날은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맘에 일자리가 올라오는 사이트를 뒤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장 갈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곧 그 사이트 검색하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고, 그 화는 이틀이나 제 맘속에 머물러있다 갔습니다. '다음번에 입으라고 하면 입나 봐라'라는 맘을 남겨둔 채로요.

비단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에서도 여러 가지 불만들이 있겠죠? 그 불만들을 다 감수하면서 일을 이어나가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 병원에 온 지 벌써 4년째인데, 앞에 3년은 다른 건 할 생각도 없이 불만 가득한 채 다녔죠. 그런데 이번엔 이틀로 그 불만들을 잠재우고 다시 즐겁게(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저에겐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또 있기 때문에 그걸 계속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계속 생각나서 일하면서 동료들과 몇 번을 곱씹고 또 곱씹었을 텐데 그러질 않았습니다. 참 신기한 거 같아요. 예전에 '힘든 일이 있을 땐 그걸 잊기 위해 바쁘게 지낸다.'라는 말이 공감이 되질 않았어요. 힘들어 죽겠는데 바쁘게는 뭔 소리야... 그런데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일과 집 밖에 몰랐던 내가 글도 쓰고 있고, 투자라는 걸 하다 보니 일 하나에 몰려 있던 정신이 분산이 되어 일하다 생긴 일들에 대한 것들이 오래가지 않았던 겁니다. 저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도움이 된 겁니다. 불평, 불만이 가득했던 나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 것들을 곱씹지 않고 이틀 만에 잊어버린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이 글을 정말 화가 났을 때 쓰려고 했었는데, 이틀 지난 지금 쓰려니 감정선이 달라져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화가 났을 때의 이글의 콘셉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의 좋지 않았던 점들을 엮어서 써봐야지 했던 것이 결국,  좋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불만도 그냥 그렇게 없어졌습니다.


전 왜 이제야 깨달은 걸까요?

한참 전에 깨달았다면... 하고 잠시 생각해보지만 지금이라서 깨달은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쉬는 시간에 하는 주식은 그 시간에 하던 쓸데없는 쇼핑으로부터 나를 구해주었고,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후로는 작사공모전과 글쓰기로 신경을 쏟아부어 잡생각이 없어지게 해 주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도 이제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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