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1분소설

by 이은수

- 이 은행나무가 수령이 200년이에요. 보호숩니다. 보호수! 마을의 보배예요.

영오는 소도시 여행 중에 만난 장년의 남자 이 씨에게 200년 된 은행나무 소개를 듣게 되었다. 나무 소개라 해서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려줄까 기대했지만 아니었고 그렇다고 생육환경, 쓰임새, 번식방법 등에 대해서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까지 사대가 전부 나무의 그늘을 빌려 썼다는 둥, 나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나무를 스쳐간 이 씨 가문의 역사를 늘어놓았다.

삼십 분쯤 지났을까, 그제서야 말을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살살 벗어나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에 이 씨가 내게 질문했다.

- 한 자리에 오래 있는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가끔 나는 나 대신 나무가 말해주면 좋겠어요.

하긴, 나무보다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년이나 머무른 이 자리에 대해서도 말이다. 어쩌면 이 씨보다 200배는 말이 길어질 수 있겠다.

- 갑갑할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사실은 이거다 이 애송이들아, 싶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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