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Jul 02. 2021

<모순>

소설 리뷰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쌍생아일지도 모른다. 뒤집으면 나는 너이고, 네가 나인 세상 속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삶의 철학을 쌍둥이의 대비되는 삶을 통해 그려냈다. 둘이지만 하나로 태어나 삶이 놓아준 ‘선택’이라는 기로를 거치고, 다시 둘이 되는 과정을. 그 안에서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낮과 밤, 선명함과 희미함이라는 대조되는 것들 사이에 모순들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소설은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 반추하도록 만들었다.   




  모순

  소설은 안진진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안진진의 엄마는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났다. 하나로 태어난 이모와 엄마가 점점 둘로 나뉘어 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두 사람에게 겹쳐진 운명은 생일과 결혼 기념일 뿐이었다. 엄마는 술주정뱅이 남편과 살며 빗물 새는 단칸방에서 자주 울게 되었고, 이모는 심심하지만 견고하고 성실히 가정을 지키는 남편을 만나 반듯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이토록 영원할 것 같던 삶에는 모순이 접혀있었다. 모순이 펼쳐지며 결국 이모의 삶도 어머니의 삶도 뒤바뀌게 되었다.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거든.”

  이모가 안진진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의 한 문장이다. 이모는 무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죽어가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안진진이 그토록 동경했던 이모는 힘들지만, 힘들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해 그 어떤 말도 남길 수가 없었다. 결핍이 없는, 가득 채워진 삶 속에서 겪는 우울은 그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늘 지루하게 살아왔던 이모는 평생이 바빴던 엄마를 동경하고 있었다. 실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경멸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실로 모순적이었다.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이모와 엄마 사이에서 부의 총량은 공평하지 않았고, 행복의 총량 역시 공평하지 않았다. 엄마는 불행의 과장법을 통해 어떤 난관이 들이닥치더라도 일어서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이모는 결핍 없는 삶 속에서 일어설 힘을 길러내지 못했다. 이모의 단조로운 삶은 책에서 말하듯이 단조로운 행복만을 기약했다. 엄마의 삶은 불행하고도 행복했다. 불행과 행복이 균등하게 분배된 삶 속에서 우리는 진정 살아갈 활력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이 문장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과정 안에서 솔직함에 가까워질수록 사랑은 소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내 생각은 그랬다. 사랑하는 대상에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안진진은 김장우를 더 사랑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치러져야 할 ‘결혼’이란 큰 난관에 봉착하자, 선택은 나영규에게로 돌아갔다. 안진진과 김장우의 관계는 마치 여행 같았다. 현실로부터 떠나온 그곳은 잠시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여행이 삶이 될 수는 없었다. 고로 나영규는 삶에 가까운 편이었고, 안진진은 나영규를 선택한 것이다.

  안진진은 자신과 너무도 닮은 점이 많은 김장우에게 오히려 비밀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영규에겐 자신이 가진 비밀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 비밀은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삶으로도 벅찬 김장우에게 그 비밀은 무겁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안진진은 김장우와 자신의 이야기가 결국 여유롭게 흘러가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선택했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