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by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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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일순 씨 고향 신서 마을에서 산너머 골짜기 마을로 시집가던 날.

가마 안에서 얼굴도 모르는 신랑을 만날 생각에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였었다. 미인형에 당찬 여자였던 일순 씨는 18살에 6살 연상의 용석 씨를 만나 함께 지내게 되었다. 결혼 후 남편과 그의 형 집에서 잠시 신혼을 보냈지만,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그 집의 위에 있는 밭을 사서 새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부부는 세 칸짜리 집을 지으려 했지만 사람의 일이 어디 계획대로 되는가.

용석 씨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사촌과 가끔 시비가 붙었는데 한 날은 그만 큰 싸움이 나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을 한방 날렸다. 사촌의 이가 나가버렸고 용석 씨는 키우던 소를 한 마리 팔아서 병원비를 주었다. 그 바람에 세 칸 지으려던 집은 두 칸으로 줄어들었다.


땅을 고르며 기둥을 세우고 흙을 으깨어 벽을 붙인 곳에 인부들과 용석 씨의 땀방울들이 스며들었다. 집 가장자리에는 빙 둘러가며 돌담을 쌓아서 다른 집과 구분을 지었다. 난 그렇게 해서 산골짜기에서도 제일 꼭대기에 있는 땅에서 만들어졌다. 내가 태어나던 날 부부는 내 몸에 날짜를 새겨 주었다. 얼마 뒤 대문에는 용 7리 000이라는 글이 적힌 판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