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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Jun 17. 2023

우울하다면 버려야 한다.

버리는 기쁨이 우울을 날린다

   

     생각해 보면, 내가 히키코모리에서 몇 년을 지내다 집을 나오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도움이 되었던 것 중에 하나는 집이 깨끗했다는 거였다.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에 남편의 폭력으로 극도로 우울증에 시달렸던 기간에 나는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많은 물건들을 사들였다.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물건들이라는 이유로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들까지 마구 사들였고 집은 물건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 집을 유지하고 치우고 정리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았고 아이에게 쏟을 에너지를 쥐어 짜내다 보니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저녁마다 술을 마셨어야 했다.


   시골로 이사 온 집은 전에 살던 아파트 보다 평수보다 크다. 그래서 공간들이 훨씬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다  마음과 정신에 여유가 생기면서 계속해서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했고, 버리는 물건만큼이나 넓어지는 집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그 많은 물건들에게서 나는 위안을 받으려고 했구나!   물건들로부터 나는 소유함으로써 오는 잠깐의 만족감으로 헛된 위로를 얻으려고 했구나!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물건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도 없고, 마음이 채워지지도 않는다는 걸. 게다가  살면서 쓰는 물건은 사실 정해져 있다. 쓸모가 있는 물건은 살면서 몇 개 되지 않는데 몇 번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들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고, 그걸 볼 때마다 마음까지 답답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을 안다.


.



    며칠 전 내가 과연 집안일을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실제로 재본적이 있었다.  찌개를 올려놓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밀고 바닥을 닦고 빨래를 너는데 총 45분이 걸렸다. 45분이라니!  실제로는 45분밖에 걸리지 않는 일이었는데 내 생각 속에서는 2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라고 착각을 하며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과 실제는 다르다는 걸 깨달은 후에, 나는 더 이상 집안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45분을 가능케 해 준 것 중에 가장 큰 공신은 심플한 요리법과 계속 버리는 물건들이 가져다준 비워진 공간이다. 청소를 하기 위해 정리해야 할 물건이 별로 없으니 청소기 밀고 닦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나는 물건을 버림으로써
집안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다.






    우울하다면 물건을 버려야 한다. 버릴 기준이 없다면 나처럼 이 물건이 내가 죽으면 유품으로 정리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민폐가 되지 않을까 라는 기준으로 까지 생각하고 버려야 한다. 나중에 그물건이 필요해서   아쉬워 질지언정, 오늘의 내가 물건이 사라짐으로써 숨을 쉴 수 있다면 미래에서  필요한 물건들은 닥쳐서 어떻게든 해결하면 그만이다. 당장 오늘의 내가 숨 쉬고 살아있고 에너지를 아껴서 우선순위대로 잘 써서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것이 최우선이다.


  필요 없는 물건들, 수명이 다한 물건든, 기한이 넘은 쓰레기등 버릴 수 있는 한 최대로 버려보자. 그래서 텅 빈 공간을 만나보자.  비워진 공간에서 얻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 그러니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러면 청소와 정리가 훨씬 쉬어질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우울함도 함께 정리가 되고 버려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버리고 있다.
살고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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