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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Jul 13. 2019

우리 식물이름과 일본, Nakai 그리고 다케시마

싱그러운 과학, 우리 풀 이야기


본문 내용에 일부 잘못된 부분은 송우섭 님께서 댓글로 정정해주셨습니다.

다르게 알려진 사실에 대하여 올바르게 알려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부 다르게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는 본문에는 그대로 남겨두고, 정확하게 알려주신 부분을 댓글을 통해 정정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굳이 수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피드를 읽으신 분들은 댓글 내용도 반드시 확인해주셔서 올바른 내용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하여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기사가 연일 뜨겁습니다.

사실 저는 반드시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일본 여행과 일본 제품 구입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여행은 하지 않고 일본 브랜드는 가급적 피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종종 유난스럽다, 일본과의 과거 관계에 얽매이지 말아야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 독립한 지가 언제인데 괜히 별나게 군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과거가 아닌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상처이기 때문에 꾸준히 기피해왔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일본이 우리나라 식물의 학명에 낙인찍듯 새겨놓은 일본인 이름과 일본식 지명 때문입니다.

한국 자생식물의 명명자 Nakai


학명(Scientific name)이란 국제적으로 식물의 이름을 동일하게 불러 혼란을 막고 과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으로 로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부르는 식물의 명칭입니다. 학명을 정하는 것은 국제 명명 규약을 따르는데요, 식물에 대해서는 Linne라는 학자가 1753년 저술한 Species Plantarum이라는 책에 저술한 것을 시작으로, 속명과 종명을 라틴어로 쓰고 끝에는 식물에 이름을 붙여준 명명자를 붙이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의 학명은 Hibiscus syriacus Linne입니다.

한국어로는 무궁화, 영어로는 Rose of sharon이지만 무궁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헷갈리지 않고 한 식물을 표기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Hibiscus syriacus Linne"으로 부르는데요, 이때, Hibiscus는 과명(Family name)으로 식물 분류학상 유사한 식물들을 묶어서 부르는 총칭이며, syriacus는 무궁화의 종명이고 Linne는 무궁화에 학명을 붙여준 Linne라는 생물학자의 이름입니다.

이렇게 식물의 학명에는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명명자의 이름을 남겨 두는데요,

우리나라의 수많은 자생식물의 학명에는 Nakai라는 명명자가 붙습니다.


Nakai Takenoshin(1882~1952). Nakai는 1909년 한국 식물조사를 시작하고 1909년부터는 조선총독부의 촉탁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여러 지역을 답사하고 채집하며 학명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Nakai는 한국의 식물자원을 연구하고, 한반도 고유종에 대해 연구한 학자입니다.

한국의 식물자원 표본을 모아 연구하여 한국 식물사에 업적을 남겼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수많은 자원식물에 Nakai라는 일본인 이름을 붙여놓아 식물 공부를 할 때마다 마음 아프게 합니다.


한국의 자생식물을 공부하다 보면 가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술 한잔 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저에게는 구상나무, 미스킴라일락 등과 같이 생물주권을 지키지 못하고 해외로 반출된 우리 고유의 생물자원과 우리 식물에 붙여진 Nakai라는 이름이 그렇습니다.

특히 국외 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이며, 한국의 고유생물인 금강초롱꽃은 인터넷이나 언론에도 몇 번이나 회자될 만큼 가슴 아픈 이름을 가진 우리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며, 한국의 고유생물인 금강초롱꽃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입니다.

학명만 보면 일본에서나 자생할 것 같은 식물 이름.

명명자가 Nakai일 뿐 아니라, 속명인 Hanabusaya도 일본의 느낌이 나는데요,

속명인 Hanabusaya는 일본의 외교관이며, 일본 적십자사 사장을 역임하고 초대 조선 공사를 지냈던 하나부사 요시모토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나부사 요시모토는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일본 공사관이 습격당하자 공사관을 탈출하여 일본으로 귀국한 후 일본군과 함께 다시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과 일본 사이의 불평등 조약인 제물포 조약(조일강화조약)을 성사시킨 사람입니다. 하나부사는 제물포 조약과 동시에 조일수호조약속약을 조인하였고 이 조약으로 인해 일본 정부는 공사관 호위를 명목으로 군사 주군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금강초롱꽃은 식물 분류학적으로 매우 희귀한 식물이어서 금강초롱꽃과 같은 속의 식물은 전 세계에 단 2종만 존재하는데요, 하나는 강원도 등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금강초롱꽃이고 다른 하나는 평안북도와 함경남도에 자생하는 검산 초롱꽃(학명: Hanabusaya latisepala Nakai)입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식물 속의 명칭에 "Hanabussaya"라는 일본인, 그것도 조선과 일본의 불공정 계약을 성사시킨 이의 이름이 붙어있는 것입니다.


학명은 공식적으로 출판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데요, 일반적으로 학명이 변경되는 이유는 1) 명명 규약에 맞지 않는 이름일 경우, 2) 분류학적 위치가 변경되었을 때, 3) 분류군의 이름을 잘못 부여했을 때입니다.

그러나 명명 규약에 맞는 이름이 붙여져 있고, 전 세계에 1 속 2종 1 변종만 존재하는 금강초롱꽃은 분류학적 위치가 변경될 가능성이 희소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름이 바뀌지 않고 hanabusaya라는 속명과 Nakai라는 명명자를 붙이고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금강초롱꽃의 자생지 군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데요, 1976년부터 금강초롱꽃의 학명을 hanabsaya가 아닌 Keumkangsania(금강사니아)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하지만 국제 학술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식물에 붙은 이름, 다케시마


Nakai는 금강초롱꽃에 hanabusaya라는 속명을 달아준 것 이외에도 우리나라 생물종 11개에 takesimense, takesimensis 등 다케시마를 연상하게 하는 종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섬개현삼 Scrophularia takesimensis Nakai (멸종위기 II급, 한국의 고유생물)

 2. 섬광대수염 Lamium takesimense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3. 섬기린초 Sedum takesimense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4. 섬나무딸기 Rubus takesimensis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5. 섬남성 Arisaema takesimense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6. 섬단풍나무 Acer takesimense Nakai

 7. 섬바디 Dystaenia takesimana (Nakai) Kitag (한국의 고유생물)

 8. 섬벚나무 Prunus takesimensis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9. 섬장대 Arabis takesimana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10. 섬제비꽃 Viola takesimana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11. 섬초롱꽃 Campanula takesimana Nakai (한국의 고유생물)


독도는 우리 땅이고 다케시마는 독도가 아닌 한낱 대나무 섬일 뿐이지만,

우리 식물 이름에는 낙인처럼 다케시마가 새겨져 있는 현실은 아직 과거사에 대한 정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잊지 않게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부터 잘해야겠다는 애국심을 북돋아주곤 합니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Nakai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까요?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서 "Nakai"로 검색한 결과, 총 981건의 생물종에 Nakai라는 명명자가 붙어있었습니다. 그중에는 한국의 고유생물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위에 소개해드린 금강초롱꽃 이외에도 개나리, 미선나무, 가시딸기, 광릉골무꽃, 금강분취, 각시수련, 큰톱풀, 나도승마, 나래완두, 산앵도나무, 산솜다리, 섬나무딸기, 섬노루귀, 섬꼬리풀, 애기나비나물 등 256종의 한국의 고유생물이 명명자로 Nakai가 붙은 학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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