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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겨울을 담다

내게는 첫눈

by emily

첫눈!

언제던가 희미한 시간 저 너머 대학에 갓 입학했던 시기에는 설레며 기다렸었던 그런 첫눈 ,

더 어릴 적엔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동네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눈싸움을 하며 , 첫눈으로 얼어붙은 ( 당시엔 밭에 비닐을 덮고 물을 대어 얼렸던) 스케이트장으로 달려가던..


언제부터인가 첫눈으로 느껴지는 감성들보다 , 걱정된 교통대란, 사고 등을 걱정하게 된 메말라버린 , 그리고 현실 속에서 타협하는 중년의 나의 모습이..


며칠 전 아침부터 무겁게 내리 던 눈이 걱정스럽기만 하던 ,

아니나 다를까 , 생신상 준비를 마치고 내다본 집 앞의 풍경에, 그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살금살금 내려갔다.

이 첫눈 풍경은 놓치고 나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와 같이 눈을 만지는 아이도,

다 큰 청년들이 심각하게 눈사람을 만들기도 ,

아파트 사이사이엔 신나서 환호하는 아이들과 젊은 부모로 가득했다.

벌써 누군가는 아파트 난간에 멋지게 오리와 하트를 장식해 놓았고,

아파트 분수대는 불빛으로 가득했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은 난 발밑을 조심하며 핸드폰을 들고 찰칵찰칵..

새해엔 사정상 저 남녘으로 내려간다.

아마도 몇 년은 이렇게 멋진 눈 풍경은 어려울지도..

아마 그래 서였나보다.

뒷베란다로 흘깃 내다보고 끝내려다 나가버린 이유가.

그래도 그날 폭설로 교통은 마비였었지 싶고 나 역시 먼길 오던 가족들 걱정으로 한 짐이었었다.

그래도 긴 코로나 시대에 하얀 눈은 모두에게 선물이었지 싶다.

뒤돌아 들어오던 내 옆으론 커다란 수레에 눈을 가득 담은 소년이 아빠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더랬다.

그 많은 수레 속 눈을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현실 속의 아빠는 난감한 표정이던..

그 풍경은 차마 찍질 못했던 내 맘에 담겼다. 찰칵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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