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학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by 에밀리H

어학원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 정규 클래스만 신청을 했다면 나는 기본 정규 클래스에 원투원 (One to One 1:1 수업) 클래스를 추가로 신청했다. 공부에 대한 엄청난 열의가 있었다기보다 이왕이면 여기까지 왔는데 남들보다 수업시간을 늘려 들어보자는 생각에 선택한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엄마한테 '모든 공부에는 왕도가 없고, 공부는 끝이 없다'는 말을 주야장천 들었다. 그런데 몰타에 와서 이 말 뜻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전까지는 머리로 이해를 했다면 이곳에 와서 가슴으로 깨닫게 됐다.


어학원 첫날에는 처음으로 몰타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배정 레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숙소에서 일찍 출발해야 했다.


나의 영어실력에 대한 기대감은 전혀 없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계속 긴장이 됐다.


어학원 첫날에 많이 놀랐던 건 '연령대'였다. 그때 당시 클래스 메이트였던 10명 중에 절반 정도가 중년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2-3주 연수를 받으러 오시는 주변국 학교 선생님들이 많았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여행을 겸하기 위해 어학원에 오셨다.


그중에서 일본에서 교사로 일하셨던 미코 여사님은 어르신 학생 중에서 가장 돋보였고 나와 같은 또래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어주신 분이었다.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건 한국인과 일본인 학생들 대부분이 문법과 어휘에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토론하는 시간에 자신 있게 나서서 얘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거였다. 반면 서양권 학생들의 경우 다양한 표현을 써가며 자신 있게 말로 표현을 했지만 문법과 종이 테스트에는 자신 없어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유럽, 남미, 동아시아 사람들이 모인 플랫 친구들과는 각자 배운 표현들에 대해서 공유를 하거나 응용한 문장들, 어떻게 터득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짧게 머물다 가는 터라 엄청나게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각자 하기 나름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이만한 노력 가지고는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이라 해도 어떠한 자세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 뜻깊었다.


그만큼 학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처음 학원에 간 날은 모든 것이 '배움' 그 자체였다.


1. 버스 : 버스카드가 없었던 나는 현금을 미리 준비한 후 버스에 올라탔다. 기사님한테 요금을 내면 바로 영수증을 끊어주신다. 영수증을 잘 챙겨 받아 빈자리에 앉으니 버스는 슬리 에마 중심부를 지나 임시다(L-Imsida)를 살짝 거쳐 발레타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발레타 메인 분수대를 지나서 보이는 길 _ 아직은 한산한 편이다.


2. 학원 가는 길 : 버스에서 내리면 발레타(Valletta) 메인 분수대가 보인다. 그곳을 지나쳐 우체국 쪽으로 걷다가 어퍼 바라카 가든 (Upper Barrakka Gardens) 쪽으로 방향을 틀고 코너에서 돌면 학원이 있는 골목이 나왔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어퍼 바라카 가든 (Upper Barrakka Gardens)


3. 어학원 내부 환경 : 학원에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데스크가 있다. 거기에는 매니저 둘이 앉아있었다. 우리나라였다면 의례적으로 목례를 하거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대충 하고 지나갔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마치 매니저와 오랜 기간 두터운 우정을 쌓아 온 것처럼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발견한 특이점은 0층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1층은 여기서 0층이다. 엘리베이터 작동도 시원스럽지 못해서 계단을 이용하는 일이 많았는데 덕분에 일상 운동을 할 수 있었다.


4. 클래스 : 나의 첫 클래스 담당 선생님은 앨리사라는 이름의 금발머리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말투나 풍기는 이미지는 푹신한 쿠션 같아 보였다. 한 반에 정원이 7~10명 정도 되는데, 첫날에는 10명 중 나보다 어려 보이는 친구 두 명,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친구 두 명, 나머지는 중년 이상의 나이로 보였다.


5. 우연 : 여기서 굉장히 신기했던 건 에어 몰타 비행기 안에서 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던 프랑스인이 나와 같은 반이 됐다는 점이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몰타에 놀러 가는 커플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니 약 1주 정도 어학원을 다니러 왔다고 했다.

6. 같은 반 한국인 : 첫날부터 나에게 아련한 표정을 짓는 여자 친구 한 명의 시선을 느껴졌다. 모두들 그녀를 '헤이미'라고 불러서 일본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사람이었다. 같은 반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큰 기쁨과 든든함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됐다. 쉬는 시간에 헤이미와 대화를 하고 보니, 그녀도 갭이어를 통해서 여기에 왔다고 말해줬다.


몰타 수도 발레타의 흔한 골목 모습


7. 첫 쇼핑 : 정규 수업이 끝난 다음 원투원 수업을 들어야 해서 여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잠시 발레타를 둘러보기로 했다. 0층에 내려가서 매니저에게 보증금과 Eco Tax를 내고 영수증을 챙긴 후, 건물 사잇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엄청 북적거리는 발레타 메인 스트릿이 나왔다. 따사로운 지중해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길에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얼떨결에 한국인 친구들과 옷가게에 들어갔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를 대비하기 위해 맨투맨 하나를 구매했다.


급하게 고른 맨투맨 ಠ_ಠ


8. 일대일 수업 : 다시 학원으로 돌아와 안내받은 룸으로 갔다. 원투원 수업 선생님은 몰타인의 젊은 여자분이었다. 성함은 에이미였고 붉은 컬러의 염색 헤어와 매력적인 눈 화장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말해주셨고 내가 끝까지 말을 마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셨다. 첫날 나의 기본적인 실력을 확인하고 원투원 클래스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강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셨다. 이 수업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나 스스로도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9. 버스 카드 구매 : 수업을 마치고 혼자 발레타 중심부를 돌아다니다가 버스 정류장에 갔다. 발레타 버스 정류장 초입에 있는 데스크에 가서 플랫 친구들이 설명해 준 대로 12회 탈 수 있는 15유로짜리 버스 카드를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직원분이 카드를 두꺼운 종이에 껴서 영수증과 함께 줬다.


10. 빨래 돌리기 : 혼자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 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 뭐해서 빨래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세탁기에 아이콘 모양만 있길래 인터넷으로 세탁기 브랜드를 검색해 작동법을 찾아봤다. 그런데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가 'ECO'라고 적혀있는 곳에 레버를 맞추고 돌려버렸다. 작동이 되긴 되는데 2시간 넘게 빨래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2시간 반이 지나서야 끝이 났을까? 다행히 전기는 안 끊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quick'이라고 적혀 있는 곳에 레버를 맞춰놓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11. 유심 충전 : 다음으로는 어학원에 있는 한국인 매니저가 준 유심칩 충전하는 방법을 읽어봤다. 설명대로 1GB만 충전을 하긴 했는데 뭔가 찜찜했다. 사이트에 번호를 등록하고 사부작 거려 봤지만 해결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플랫 친구들한테 물어봤다. 친구들 모두 와이파이만 사용할 계획이어서 유심칩 충전방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아... 간단한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골치 아픈 일이 됐다.


12. 저녁 모임 : 각자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있는데 힐리가 콜롬비아 사람이 리더로 있는 모임에 같이 가자며 제안을 했다. 몰타 내에 있는 어학원을 다니는 외국인,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 등... 그날 마신 음료 값만 내면 다양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어색할 줄로만 알았는데 다른 어학원을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 게임도 하고 즐겁게 놀다 왔다.


모든 것이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뇌에 넣은 느낌이 들었다. 하루가 너무 길고 힘들기는 했지만 알찬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 씻은 다음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이불을 덮어도 여전히 추운 밤에 마음만은 훈훈했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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