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책 무더기다. 그리고 간 밤에 떨어진 머리카락들. 잠결에 손을 휘저어 내팽겨쳐진 책들을 정돈하고 핸드청소기로 머리카락들을 빨아들이면 혼란스럽지 않아야 할 하루가 시작된다. 더 이상 놓일 책장 빈 곳이 없어 매일 쓰러져야 하는 책들과 선풍기 바람에 제 몸 붙일 곳 없이 흩날려야 하는 먼지, 그리고 늘 빛나던 윗자리에서 떨구어져 쓰레기가 되어버린 머리카락들이 매번 하루의 시작을 같게 만들어 굴레를 친다. 굴레에 벗어나기 힘든 아니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나는 그저 그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쌓아둘 뿐이다.
글 강민경
something from nothing
우리의 글과 그림이 삶의 흐름 한 가운데 흘러가는 구름 조각처럼 익숙하게 그리고 천천히 머물다 가길 바랍니다.
썸띵프롬낫띵
글 강민경(@mk_lalalala)
그림 류형정(@drawing_st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