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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30. 2022

커피는 목례다.

다음에 커피 한잔 해요 :)


회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업무로는 딱 한 번 메일을 보내본 동료와 우연히 화장실에서 맞닥뜨렸다. 양치를 하고 있던 나에게 화장을 고치며 이것저것 묻는다. 어떤 프로젝트하세요? 어머! 그 프로젝트 많이 바쁘죠? 연말인데 계획 있으세요? 어머! 아기가 있으시구나!  이 분, 아무래도 인싸재질이 분명하다. 


입에 양치거품이 한가득 인 채로 대답을 이어갔다. 하마터면 양칫물을 삼킬 것 같아 더 이상은 어렵겠다 싶었다. '다음에 커피 한 잔 해요'라고 하니 그제야 쿠션팩트를 닫더니 총총총 발랄하게 물러났다.


(내 기준) 회사에는 참 어색한 사람이 많다. 물론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많다. 업무적으로 필요해서 대인관계를 맺어야 할 때도 있고, 인간적으로 끌려서 친분을 쌓고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기에 조심스럽다.


이때가 바로 가벼운 커피타임이 필요한 때다. 회사 1층 카페에서 만나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서먹하지만 따수운 커피 한잔을 두고 두런두런 스몰토크를 하다 보면 조금씩 마음의 경계가 허문다.


이럴 때마다 커피가 목례와 같다고 느낀다. 깊이 숙여하는 인사보다는 좀 더 가볍고, 손인사보다는 예의를 갖춘. 눈짓과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인사 같은 것이라 감각한다. 이 사회에서 커피란 일종의 인사나 예의와 같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친해지고 싶은 동료가 있어 그만,

디카페인 라이프 실패다.


아...아메리카노요. (출처:국민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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