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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26. 2022

오늘 밤, 세계에서 스타벅스가 사라진다 해도

커피 없는 삶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 검고 쓴 액체는 우리 일상에 너무도 깊숙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문화코드가 된 지도 오래다. 사람들은 커피를 배우고 탐닉하며 하나의 문화로 향유한다.


하루아침에 커피가 금지된다면?


커피를 싫어하는 커피 중독자로서 회사에서 몰래 이런 상상에 빠진다. 나의 허약해 빠진 의지로는 카페인을 끊는 게 어렵다 보니  공권력을 개입시키는 설정이다.


자, 어느 날 불상의 사유로 커피 판매가 전면 금지 되었다면?


나라면 디카페인 라이프를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하면서도 대체품을 찾을 것 같다. 나름 준법시민으로서 위험을 감수하고 커피 밀매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덕성보다는 소심함 때문) 매일 아침 멍청한 눈으로 일할 순 없으니 차, 껌, 탄산수 따위의 커피 대체품을 든든하게 챙겨 출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차차 카페인을 덜어내는 삶에 적응하길 바라면서.


가끔은 다크 하게도 디스토피아적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넷플릭스를 너무 많이 봤나..) 커피금지에 산업전반이 흔들린다. 커피산업이 붕괴되며 실업자와 파산자가 급등한다. 반대급부로 대체품의 품귀현상과 가격급등, 주식시장 왜곡등이 지속되는 거다. 대책 없고 자비한 커피금지에 대한 (카페인 중독자들이 선동한) 전국적인 반대시위가 펼쳐지고, 원두 수출국과 갈등 끝에 카페인발 무역전쟁 벌어지는 그런 스토리.


상상을 차치하고서라도, 실제로 기후변화와 함께 커피의 생산량은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커피멸종설이 돌만큼 말이다. 지금이야 하루에 두 잔이고 세잔이고 원할 때 마실 수 있지만, 언제 귀한 한 방울 한 방울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 대중적 음료에서 고급 기호식품이 될 날이 머지않았으니 준비를 해야겠다.


준비라는 것이 -

1) 비싸져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경제력일 수도 있겠고,

2) 마시지 않아도 되는 비의존성일 수도 있겠다.


나는 비의존성을 선택하겠다. 커피가 사라져도 의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슬픈 선택이므로 눈물을 좀 닦고...)


No coffee!

[Note] 제목은 일본의 로맨스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를 차용하였다. 타임킬링용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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