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언 Dec 22. 2022

길티티티티 프레져프레져

길티프레져 (Guilty Pleasure)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행동.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행동을 의미한다.


사람마다 '안 되는 것'의 기준은 다르니 길티프레져도 다양각색일 테다. 다이어터에겐 떡볶이나 도넛 같은 고칼로리 음식일 수도,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유튜브 영상일 수도 있다.  나의 친구 S는 스트레스가 치달을 때 초콜릿을 찾기 때문에 초콜릿이 길티프레져란다.


나에겐 커피가 그렇다. 커피를 마시는 게 내 몸에 맞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것을 마심으로써 얻는 묘한 황홀감과 약간의 활력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되는 마약으로써 누구도 마시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특히 메뉴가 아메리카노 아닐 때 '길티'가 더욱 깊어진다. 카페인에 더해 칼로리와 상대적으로 비싼 커피값에 대한 죄책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길티프레져는 매일 아침 시험대에 오른다. 출근길에는 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카페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자, 회사 근처역에 도착했다. 매일 아침 펼쳐지는 길티프레져와의 한판 승부다. 길티냐 프레져냐 마음속에서 한바탕 소동이 인다. 그야말로 난리버거지. 커피를 끊고 싶은 카페인 중독자에겐 걸음걸음이 번뇌일 수밖에 없으므로.


라운드 원. 마실 것인지 마시지 않을 것인지.

가수면 상태로 회사 근처에 도착하면 이대로 근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은 마신다로 수렴한다.


라운드 투. 어느 커피숍을 갈 것인지.

역에서 회사까지 만날 수 있는 커피숍은 총 네 군데다. 빽다방, 스타벅스, 파스쿠찌, 테이큰커피까지.  출근시간 임박 여부, 기프티콘 여부, 쿠폰 적립 현황을 따져보고 선택한다.


라운드 쓰리. 아메리카노냐 라떼냐.

유당과 칼로리를 떠올리며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저울질해 본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칼로리가 없는 아메리카노를 늘 염두에 두지만, 현실은 정말 배부를 때 아니고선 늘 배제되곤 한다.


그렇게 많은 번민으로 받아 든 라떼한잔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서면 하루가 시작된다.

길티에 잔뜩 흐린 눈으로 플레져에 윙크를 보내며,

오늘도 디카페인 라이프는 실패다.


길티는 흐리게 프레져는 밝은색으로 써보았다.


[Note] 제목은 르세라핌의 Anti fragile의 느낌을 반영했다. 안티티티티 프레졀프레졀.



이전 03화 커피값 모아 태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