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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23. 2022

거절하지 못한 커피가 쌓인 책상에서,

동조현상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서 자신을 동화시키거나 편승시키는 심리현상
동조현상은 특히 기업과 같은 조직체계에서 잘 일어날 수 있다.


녹차라떼 한잔에도 심장이 발랑대고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하던 나는 어떻게 커피 중독자가 되었을까.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논카페인 라이프를 영위했다.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할 때나, 설계 마감에 닥쳐서 허덕이는 때에도 커피를 마시는 일이 거의 없었다.


커피를 마심으로써 얻는 부작용(불면이나 과도한 텐션) 보다는 약간의 피곤함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시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이 사회에서 커피란 마치 인사나 예절 같아서 자주 권해졌다. 문제는 내가 커피를 거절하기에는 내향적인 회사원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팀 단위의 티타임에서 나 혼자 논커피를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혼자 튀는 게 우선 싫었고, 게다가 논커피 음료는 훨씬 비싸고 제조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렇게 '비자발적으로'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덩달아 시켜서 홀짝홀짝 마시는 게 시작이었던 것이다. 어느덧 10년 차 회사원이 된 나는 업무 능력은 모르겠으나 커피력만은 짱짱한 회사원으로 성장했다.


내향성도 내향성이지만, 이는 (유독 한국인에 만연한) 동조현상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내 욕구보다는 상대방의 선택에 편승하는 심리로, 직장과 같은 조직에서 더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그 현상. 메뉴 통일 (전부 짜장면이요!), 패션의 유행(전설의 모나미룩!) 도 이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단다.


이런 동조현상으로 말미암은 직장인 커피문화는 어쩌면 집단적인 현상이나 습관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들 비슷비슷한 직장인이 되어가는 건지도.


모두가 커피를 외칠 때 에이드를 외칠 자신이 없는 나는 오늘도 카페인이라는 메인스트림에 몸을 싣는다.


거절하지 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이 쌓인 책상에서, 이재언 씀.


보라색 =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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