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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27. 2022

응답하라 둘둘둘 커피

커피에 대한 초기 기억은 유치원도 가기 전 타파으로 부터 시작한다. 타파웨어에서 나온 3구짜리 통으로 삼박자라고도 불렸다. 설탕, 프리마, 알커피를 보관하는데 아주 적합했다. 아마도 '라떼'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집에 하나쯤은 있었을지도.


목이 긴 티스푼으로 알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리마 두 스푼을 머그컵에다 리드미컬하게 담는다.(일명 둘둘둘) 일제 코끼리 보온주전자에서 물을 가득 부은 후 잘 저어주면 끝. 여름에는 알커피를 한 스푼 더 넣고 물은 조금 부어 잘 녹인 후 얼음을 가득 넣어주면 그대로 진하고 달달한 아이스커피가 된다. 각자 취향대로 몇 스푼 넣을지만 정하면 그만인 레시피가 쿨하고 심플하다.


엄마도  커피를 늘 드시곤 했는데, 가끔 남은 커피를 한 모금씩 맛보면 달콤하고 씁쓸한 것이 묘하게 싫고도 좋았다. 그게 커피에 대한 첫 추억이라 할 수 있겠다. 국방색 모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화투를 치는 동네아줌마들 사이에서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 에이스과자를 둘둘둘 커피에 깊이 담갔다가 먹던 것은 눅진한 향수로 남아있다. 커피에 푹 절여져 흐트러지기 직전에 입으로 넣는 그 희열이란.


스틱으로 된 믹스커피가 출시된 후에는 타파의 삼박자통도, 동서프리마도, 각진 알커피통도 흐릿한 추억이 되었다. 아메리카노나 라떼에 밀려 옛날커피라는 프레임을 얻게 되었지만, 혈중 카페인과 당을 급격히 솟구치게 하는 데는 여전히 다방커피가 '따봉'이다.


그런 의미에탕비실에 맥심 모카골드  봉 뜯으러 가야지.

오늘은 추억을 더듬다 아뿔싸, 디카페인 라이프 실패다.


추억 속 타파 커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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