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초기 기억은 유치원도 가기 전 타파통으로 부터 시작한다. 타파웨어에서 나온 3구짜리 통으로 삼박자라고도 불렸다.설탕, 프리마, 알커피를 보관하는데 아주 적합했다. 아마도 '라떼'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집에 하나쯤은 있었을지도.
목이 긴 티스푼으로 알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리마 두 스푼을머그컵에다 리드미컬하게 담는다.(일명 둘둘둘) 일제 코끼리 보온주전자에서 물을 가득 부은 후 잘 저어주면 끝.여름에는 알커피를 한 스푼 더 넣고 물은 조금 부어 잘 녹인 후 얼음을 가득 넣어주면 그대로 진하고 달달한 아이스커피가 된다.각자 취향대로 몇 스푼 넣을지만 정하면 그만인 레시피가 쿨하고 심플하다.
엄마도그커피를 늘 드시곤 했는데, 가끔 남은 커피를 한 모금씩 맛보면 달콤하고 씁쓸한 것이 묘하게 싫고도 좋았다. 그게 커피에 대한 첫 추억이라 할 수 있겠다. 국방색 모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화투를 치는 동네아줌마들 사이에서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 에이스과자를 둘둘둘 커피에 깊이 담갔다가 먹던 것은 눅진한향수로 남아있다. 커피에 푹 절여져 흐트러지기 직전에 입으로 넣는 그 희열이란.
스틱으로 된 믹스커피가 출시된 후에는 타파의 삼박자통도, 동서프리마도, 각진 알커피통도 흐릿한 추억이 되었다. 아메리카노나 라떼에 밀려 옛날커피라는 프레임을 얻게 되었지만, 혈중 카페인과 혈당을 급격히 솟구치게 하는 데는 여전히 다방커피가 '따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