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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Dec 28. 2022

커피를 마시는 내 모습에 취하는 거야

기억 속 첫 커피광고는 아무래도 맥심, 그리고 한석규 배우다. 사랑하는 사람(아마도 심은하배우) 에게 미소를 지으며 한 잔을 건네고, 유난히 부드럽고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한 잔을 마신다.


그 이후의 커피광고에도 대체로 톱스타들이, 아름다운 어른의 모습으로, 가끔은 매혹적인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들고 있었다. 김태희, 강동원, 원빈, 이나영, 공유와 같은 탑티어 배우들이 행복하고 여유 있는 얼굴로 말이다.


이런 광고들을 통해 커피는 멋지고 여유 있는 어른들의 무엇이라고 끊임없이 학습했다. (혹은 주입당했다.)


나이는 차곡차곡 차올라 어른은 되었는데, 아쉽게도 멋지거나 여유 있는 어른이 아닌 닥치는 대로 자소서를 쓰는 취준생이 되었다. 아쉬운 대로 커피라도 따라 마셔보자 싶어 중앙도서관을 박차고 나섰다. 마음이 헛헛한 서류 불합격의 날이었을 것이다. 그 길로 캠퍼스 안에 새로 생긴 투썸플레이스로 향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돈내산 하여 받아 든 아메리카노라는 것을 한 모금 마신 순간 든 생각은 이랬다.

와 씨.. 이거 어떻게 다 마시지?


진해도 너무 진했다. 아니다 탄맛이 났다고 정정하겠다. 급하게 시럽을 몇 펌프 짜 넣고 다시 마셔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한 잔을 비웠다.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현실을 잊고 커피를 마시는 나에게 취해보기로 했다. 나는 (비록 취직도 못하고 비루한 처지였지만) 커피를 마시는 멋진 어른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날 밤, 하얀 밤을 서류광탈과 카페인 부작용으로 지새워야 했다.


커피를 모르는 사람의 객기.. (출처: 맥심 공식 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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