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칫솔을 접한 건 딸아이 때문이었다. 아직 두 돌이 되지 않은 딸은 양치를 할 때 칫솔질을 한다기보다 치약을 빨아먹고(?) 칫솔을 씹으며(?) 놀기에 가까운 양치를 한다. 칫솔을 세척하다 보니 칫솔헤드가 잔뜩 망가져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새 칫솔로 바꾸고 끝났을 텐데, 그날따라 자꾸 망가진 칫솔헤드가 마음에 걸렸다.
혹시 삼켰으면 어떡하지? 이거, 안전한 거 맞아?
공포에 휩싸인 채 폭풍검색에 들어갔다. 안전한 칫솔 / 친환경 칫솔 / 칫솔 미세플라스틱 / 아기가 칫솔을 먹어요(?) 등의 다양한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대나무 칫솔을 만난다.
대나무 칫솔을 아이에게 쥐어주었다. 아이는 여느 때처럼 치약부터 빨아먹고 남은 소량의 치약으로 칫솔질을 하며 물어뜯었다. 다만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쩐지 좀 안심되었다. 아이는 별다른 무늬가 없는 칫솔을 거부하지 않았다. 칫솔에 그려진 뽀로로나 아기상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 대나무 칫솔을 말미암아 제로웨이스트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자연히 접하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니 사실 그보다 이전서부터) 편리와 위생을 볼모 삼아 버렸던 수많은 쓰레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 주변을 둘러싼 분해가 되지 않는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일단 제로웨이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냉정하게 외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해 보는 수밖에!
(제로웨이스트 실천 혹은 실패기는 다음편부터 본격적으로!)
대나무 칫솔을 약 한 달간 사용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장단점을 정리하였으니 대나무칫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닥터노아 제품 기준)
1. 장점
- 칫솔모가 부드럽다.(물론 칫솔모는 나일론이므로.)
- 대나무로 만들어진 칫솔대는 (생각보다) 매끈하다.
- 무엇보다 예쁘다.
- 폐기해도 환경에 덜 해롭다.
- 아이가 씹어도 걱정이 덜 된다.
2. 애매한 점
- 알록달록하지 않아 네 것 내 것 구분이 어렵다. (대신 칫솔모가 다양한 색으로 나와 보완가능. 칫솔대에 이름 쓰기도 가능함)
- 아이용 칫솔은 유팡으로 UV 소독 및 건조를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칫솔대의 매끈함이 사라지고 푸석푸석해졌다. 입안을 다칠 것 같아 교체해 주었다. (어른용은 자연건조를 하였고 해당 현상은 생기지 않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