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사건으로 제로웨이스트 세계관(?)을 접하게 된 날, 공부를 하기 위해 책 보다 먼저 펼친 건 핸드폰 그러니까 유튜브 영상이었다. 제로웨이스트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빨리빨리 습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기후위기나 쓰레기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먼저 클릭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쩐지 눈이 가는 것은 부드러운 햇살이 드리운 정갈한 주방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리뷰하는 일종의 제로웨이스터 브이로그들이었다.
영상 속 그들을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친환경을 실천하는 기분이 들었고, 영상 속 사람들처럼 하루빨리 내 살림도 하루빨리 변화시켜 버리고 싶었다.
영상을 끄고 우리 집 욕실로 둘러보니, 세상에. 샴푸, 바디워시, 린스, 입욕제, 칫솔, 아이 욕조, 물놀이 장난감, 심지어 비데용 물티슈까지. 플라스틱 제품이 너무나 많았.. 아니 휴지만 빼면 전부 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이라는 것도 문제였지만 가지각색에 정돈도 되어있지 않아 영상 속의 정갈함과 적나라하게 비교가 되었다. 이 유해한 플라스틱들들을 내 일상에서 즉시 몰아내고 친환경적인 것들로 만 들여놓고 싶다는 조바심이 일었다.
다음 날, 친구를 만나 잰 채하며 제로웨이스트샵에 들러 영상에서 봤던 것들을 사들였다. 사이잘삼 수세미, 대나무 칫솔, (아이스커피용으로 딱인) 접이식 텀블러, 손수건, 면팬티라이너 등등. 물론 집에 아직 아크릴 수세미가, 플라스틱 칫솔이, 오래되었지만 쓸만한 보온병이, 아기 손수건이, 남은 팬티라이너가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무언가 아주 조금 어긋났다고 생각했지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맘먹은 이상 일단 장비빨을 앞세워 보기로 한다. 친환경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자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이렇게 다 갖추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 (출처:https://www.ets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