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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l 11. 2020

네 맞아요, 부산사람이에요!

사투리로 뿌시기

고향이 어디예요?


서울에 온 이후 종종 들은 질문이다. 나와 몇 마디 나눠보면 금방 경상도 사람임을 알 수 있으니까. 그럴 땐 "네 맞아요 부산사람이에요!"라고 발랄하게 답한 후 대화를 이어나가곤 한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서울말을 쓸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조급하게 바꿀 생각도 없기 때문에 그냥 나오는 대로 쓴다. 매체에서는 대부분 표준어를 사용하고, 그런 매체에 어릴 때부터 노출되어왔기에 실은 쓰라면 쓸 수는 있다.(진짜다) 하지만 뭐랄까 아직은 좀 말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아서 깐지럽다고나 할까.


서울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사투리에 대해 반감도 호감도 없다. 가끔 신기해하긴 하지만. 사투리가 전근대적인 언어로 인식되었던 건 억양뿐 아니라 단어나 문장도 지역차가 있던, 그러니까 옛날 옛적 얘기다. 87년생인 내가 소통불가 수준의 사투리를 구사 할리도 없으니 당연한 반응인 것 같다. 드물지만 사투리를 빨리 고치라며 오지랖을 떠는 사람만난다. 따지고 보자면 '고치다'라는 동사부터가 틀려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투리가 열등하거나 잘못된 것도 아니고, 더욱이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아니면서 고치라는 건 (좋게 얘기해서) 좀 별로다.




10년은 우려먹을 사투리 에피소드들


1. 부산에서 엄마가 오신 날 시장 통닭집에서 닭똥집튀김을 주문하고는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싹 튀긴 걸 좋아하는 울 엄마가 사장님께 그만 "매매 티가주이소!"라고 했다. 사장님은 본인한테 하는 말인 줄 아예 모르시는 듯 요리에 전념하셨.


2. 나의 대학교 동기 C는 졸업 후 서울의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C는 사투리를 감추려고 애쓰는 편이었는데 한 번은 소장님께 도면을 이렇게 설명해 드렸다고 한다. "소장님~이건 이렇구요,저건 이렇구요, 그리고 전체 길이는 서 이까집니다." 라고.


3. 또 다른 대학교 동기인 J는 부산에서 오신 부모님과 식당에 가서 '찹찹한 물'을 요청했는데 혼란스러운 표정의 알바생이 '찹찹한' 게 무엇인지 되물었을 때 비로소 '찹찹한' 것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4. 나의 친오빠는 대학교까지는 부산에서 대학원은 서울에서 졸업했다. 처음 대학원에 입학해서 연구실에서 형들에게 '햄!'이라고 불렀는데, 글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고 했다. 부산에서는 형을 햄이라고 부르니까. 그 햄들은 아마도 우리 오빠야가 그저 배고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5. 고등학교 친구 Y는 거의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직 넘지 못한 벽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숫자라고 했다. 경상도 특유의 성조가 있어서 숫자나 수량을 말할 때면 자꾸 그 '쪼'가 나온다고 한다. 참고로 Y는 승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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