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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언 Jul 08. 2020

한강 바이브

해운대 만큼이나,

와... 진짜 너무 좋다 진짜 진짜!!


방금 끓여낸 라면에 맥주를 마시면서, 달빛이 비치는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연신 좋다 좋다 되뇌었다. 혹여나 나중에 익숙해지면 이 감각이 무뎌질까 그 시간을 마음껏 그리고 흠뻑 만끽했다. 너구리 순한맛이었고, 테라 캔맥주였고, 어느 금요일 선선한 밤의 뚝섬한강공원이었다.



에베베, 한강 그기 뭐 별거 있겠나?


솔직히 말하자면 서울에 오기 전 한강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해운대에서 나고 자란 내게 바다보다 깊고 짙지도, 드넓지도 않을 한강, 그까짓 거, 뭐 별거 있겠나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강은, 신출내기 생활자이자 아직은 여행자이기도 한 나를, 특유의 바이브로 단번에 사로잡았다.


한강은 강을 베이스로 모여든 사람들과 주변 환경이 씨실과 날실처럼 잘 엮여있단 느낌을 주었다. 그곳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강변에 매트를 깔고 와인인지 맥주 일지 모를 술을 마시는 사람들, 하나같이 진지한 얼굴로 러닝 중인 러닝 크루들, 꽤나 어려 보이는 보드를 타는 사람들,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더해 - 끓여낸 라면을 먹는 것, 강물에 비치는 노을이나 달빛을 바라보는 것, 자이언티의 노래에서만 듣던 양화대교를 바라보는 것, 다양한 이유로 하하호호 떠들어대는 것, 롯데월드타워나 남산타워가 반짝이는 것 등등 - 이 모든 게 뒤섞여 한강 특유의 정취를 만들어낸다. 만약 여유로움이라는 것이 추상이 아닌 구상이라면 나는 한강둔치의 모습과 비슷할 것만 같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해 질 녘의 노을이 아닐까. 저마다 위용을 뽐내는 마천루들 사이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이었다. 자연이란 게 - 특히나 이 도시에서 - 그렇게나 힘이 컸다. 그저 넋 놓고 멍하니 바라보게 했다. 해 질 녘의 하늘 색깔은 시시각각 변했는데 핑크빛이었다가 주홍빛이었다가 보랏빛이었다가 그랬다. 덩달아 여러 빛깔을 머금은 구름이 내려앉았다가 가볍게 떠올랐다가 그랬다. 강을 가로질러 무심하게 놓인 다리들도 그때만큼은 교량이 아니라 어떤 오브제처럼 느껴질 만큼 사뿐했다. 후배 Y는 한강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한강 근처로 이사를 했을 만큼 절절한 한강러버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한강 가이드를 해주었는데, 는 한강을 '노을 맛집'이라 소개해주었다. 나는 그 뜻을 비로소 이해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나의 인스타스토리도 한강으로 채워져 간다.

#한강바이브 #노을맛집


퇴근 후, 잠원한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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