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m의 등반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사실 이번 주도 해야 할 일은 참 많지만, 갑자기 이렇게 개학을 맞기에는 억울한 생각이 들어 아침 준비를 한 이후 가까운 산에 오르기로 했다. 산이라기에는 턱없이 낮긴 하지만 둘레길이 꽤 길게 되어 있는 걸 알기에 오랜만에 밖으로 나갔다.
딱 봐도 산에 잘 안 오는 사람처럼 반 팔에 반바지 그리고 에코백 하나를 들고 입구로 들어갔다. 이 시간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구나.
10분도 안 올랐는데 이 계단은 왜 이리 많은지,
반바지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네.
나는 왜 에코백을 들고 오며 물을 들고 올 생각을 못했을까.
다음에는 아들들과 함께 와야겠다 생각하며 걷는다.
방학 내 앉아만 있다가 움직이니 이 잠깐도 다리가 아프지만 시원한 바람과 나무 냄새가 좋다.
건물 가득한 이곳에서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것 같은 이 기분이.
소망탑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왜 이리 중간중간 이정표가 내 마음을 흔드는지.
아, 소망탑을 굳이 가야 할까? 몇 번 고민하며 결국 끝까지 올라갔다.
소가 누운 형상이라는 우면산의 소망탑 전망대.
1시간을 걸어왔는데 해발 294m라고요?
오늘 하늘이 참 파랗고 저기 남산 타워, 저기 수락산과 북한산, 안산이 모두 보이는구나.
앉아서 한 참 바람 쐬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그래, 잘했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지.
이 시간 언제 산에 오겠어. 개학 전에 오길 잘했어.
하고 다독이며 신이 나서 내려오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서 내려오는 데에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ㅠㅠ
다리가 후들 후들. 이미 만 보 이상 걸었구나. 내일은 못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