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옮기고 달라진 것들

자녀와 교사맘의 거리두기

by 라온쌤

작년까지는 1학년, 4학년 아이들과 함께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 것이 아니라 나의 발령이 아이들이 다닐 학교에 난 것이다.

교사들은 학구 내 발령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문 앞에 슬리퍼 신고 나가다가도 우리 반 아이를 만나고 학부모님을 만날 일들이 생기니 좀 불편하고 어제까지 동네

친한 언니였는데 또 학부모로 만나는 것도 좀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한 상황도 생기긴 하지만 아이들을 어릴 때 휴직하지 않고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올해, 학교를 옮기고 아이들은 집 앞 학교로 나는 집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교가 달라 생기는 좋은 점'들도 있더라.

1. 우선,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동참이 가능하다.

사실, 그동안은 학교에서 했던 녹색도 공개수업도 상담도 다 내가 해결했다. 나도 녹색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또 부탁하기도 참 애매했다. 약간 이곳은 나의 구역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학교가 다르니 내가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녹색 날짜를 알려주면 참으로 반갑게 반차를 쓰고 오는 것이었다.

내향적인 나와 반대로 남편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외향적인 사람이다.

첫 번째 녹색 하러 가서 반대편 녹색 봉사하시는 분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차를 멈춰 세우며 아이들에게 한 명 한 명 인사해 주었을 남편의 과한 친절과 오지랖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두 번째 녹색을 하고 나서는 반 엄마들끼리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인데 본인도 간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단다. 녹색을 그렇게 반가워하는 줄 알았다면 진작 시킬 것을.

2. 아이를 좀 더 멀리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은 학교에 있다 보면 오다 가다 활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교에서는 서로 아는 척 안 하는 것이 나름의 룰인지라 보고도 지나가는 그런 관계지만 그래도 한 번씩 보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또 반대로 아주 가까이 있으니 보지 않아도 될 것도 보인다. 첫째가 1학년 때 계단에서 장난하며 내려오는 것이 한 선생님 눈에 띄었고, 그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물론 위험해 보였다며 조심시키라는 의도에서 하시는 말씀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 또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대니 어찌 보면 아이는 학교에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참으로 많은 셈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나는 오롯이 아이가 아닌 다른 교사들의 눈에 어찌 보일까도 함께 신경 쓰고 있더라는 것.

학교를 옮기고 처음에는 2학년 아이가 혼자서 잘 갔을까 걱정했는데 그들 나름대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잘하더라.

3. 나만의 휴일이 생겼다.

재량 휴업일, 방학, 개교기념일까지 모두 같았는데 이제 학교가 다르니 쉬는 날도 다르더라. 지난 추석 연휴에도 우리 학교가 뒤로 하루 더 재량 휴업일을 쓰는 바람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나는 집에서 쉬는 날이 오더라는 것이다.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충전하는 시간.

친구와 재량 휴업일이 맞아 차 한잔하고 근처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한 달을 잘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에너지를 얻는 것.

만약, 반대로 아이 둘만 쉬고 나는 근무라면? 남편에게 연가를 요청하는 것이다.

학교를 옮기니 아이와 내가 분리되는 순간이 생기고 아이도 나도 서로 만족하며 지낸다.

분리 전에 잘 적응할까, 준비물은 잘 챙겨갈까, 친구들이랑 잘 지낼까 걱정했던 것들은 사실 별개 아니었다.

아이들은 상황에 맞게 더 책임감을 가지고 적응하고 성장하더라.

그리고 아이들도 몇 반 선생님 아들이래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역할극에서 '동네 개그맨'도 하고

이제는 엄마 친구가 아닌 엄마가 전혀 모르는 선생님께 시답잖은 농담도 던지면서 자라더라.

아이를 위해서라는 걱정은 사실 나를 위해서라는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또 커가고 나는 우리 반 똑똑이들과 또 비교가 된다. 그렇지만 좀 더 멀리서 든든하게 너를 믿어주는 역할을 할게.

이전 12화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