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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Feb 07. 2022

질문, 아이가 자라는 증거

아이들은 정말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걸 다 말해야 속이 풀리는 아이들입니다. 한 번씩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혼미해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니 아주 사소한 것만 질문을 하는데 그걸 답하려고 하는 순간 또 다른 질문이 더해져 뭘 먼저 답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도 연출됩니다. 정말 질문 폭탄이 쏟아지는 것 같아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 많던 아이가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호기심이 사라진 것인지 질문을 쏟아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걸 배운 건지 의문입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 정말 슈퍼맨이 살았어요?” 같은 황당하고 귀여운 질문을 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질문하지 않는 걸 미덕으로 여깁니다. 수업을 할 때 이런저런 질문을 해대는 아이를 이상한 눈으로 한번 슬쩍 쳐다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궁금해도 참는 게 고학년다운 모습이라 여기는 듯 보입니다. 아니면 수업 중에는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잘 ‘듣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 아이가 자라는 증거

질문은 아주 중요합니다. 질문을 하려면 어떤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늘 보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야 하고, 늘 읽던 것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무언가 있어야 합니다. 더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지적 호기심도 함께 해야 하고요. 즉, 질문을 한다는 건 아이가 무엇인가를 ‘관찰’하여 새롭게 발견하고 ‘지적 호기심’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학습’을 할 때도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늘 모르는 걸 물어보라고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이 주는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브루타 수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하브루타 수업은 유대인 경전인 탈무드를 학습할 때 쓰는 방법으로, 둘씩 짝을 지어 질문하면서 개념을 깨닫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요즘은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이 수업을 활용하는데, 결국 이 수업도 ‘질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꼭 하브루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이 궁금해하고 더 많이 질문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질문’은 어떤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질문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답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이가 배우고자 하는 모습을 격려하고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이상한 질문만 계속 던지면 어떨까요? 아이가 일부러 부모를 골탕 먹일 생각이나 장난으로 질문한 게 아니라면 이상한 질문이라는 건 없습니다. 아이 눈높이에서 가장 궁금한 것을 질문한 게 맞습니다. 어떤 질문이라도 성심 성의껏 답해주고 더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하고 모든 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예로 든 ‘슈퍼맨이 살았는지’를 묻는 아이들이 정말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기상천외한 질문을 넘치게 합니다. 당연히 답을 알 수 없고 생각해본 적도 고민해본 적도 없는 질문을 쏟아냅니다. 이럴 때 부모 심정은 어떨까요? 정답이 없으니 당황스럽고, 답이 있다한들 쓸모도 없는 내용인데 이런 걸 왜 묻나 싶어 답하기 귀찮을 수 있습니다. 그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내가 뭔가 이상한 걸 물었구나!’ 싶을 겁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더 이상 부모를 당황스럽게 하거나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닫습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를 물었을 때 친구들이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고, 교사에게 “일단 수업에 집중하고 끝나고 물어봐”라는 답을 들으면 더 이상 궁금한 게 생겨도 물어보지 않고, 반복되면 뭔가를 궁금해하지도 않을 겁니다.

질문에 답하는 올바른 자세

이상한 질문이 없는 것처럼 이상한 답도 없습니다. 그 질문에 딱 맞는 답도 있을 리 없습니다. 시험문제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똑 떨어지는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질문도 단답형 대답만 나오는 닫힌 질문보다 무엇이든 답이 될 수 있는 열린 질문이 훨씬 좋습니다. 그러므로 당황하지 말고 그 호기심과 사고의 과정 자체를 함께 즐겨주기만 하면 됩니다. 함께 진지하게 아이의 궁금증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슈퍼맨이 살았는지’ 묻는 아이에게 “네 생각은 어때?”, “왜 그렇게 생각해?’ 라고 아이가 먼저 답하게 해도 좋습니다. 아이는 궁금한 걸 해결하고 싶은데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를 질문 파트너로 삼은 것입니다. 함께 궁금해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찾아가면 더 좋아합니다. 아이는 궁금하고 해결하고 싶은 그 과정을 즐기는 것입니다.

물론 정확하게 답을 모르는 건 잘 모른다고 답하면 됩니다. “나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지금 네 이야기를 들으니 이럴 것 같아”라고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줘도 훌륭합니다. 가끔 “선생님이 그것도 몰라요?” 같은 말로 도발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럴 때 민망하다고 버럭 하면 곤란합니다. 세상에는 넘치도록 많은 지식이 있고, 그마저도 매일매일 바뀌고 더해집니다.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아는 게 많겠지만, 그렇다 해도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알 순 없다고 말해주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하고 모르는 게 생겼을 때 언제라도 묻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여주면 좋고요.

아이가 기대 이상으로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기분 좋을 일이지 결코 화낼 일이 아닙니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 답도 없는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성심성의껏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아이의 세계에 초대를 받았다고 여겨주세요.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하고 “네 생각은 어때?”라고 질문을 되돌려주면서 이야기를 이어보세요. 그럴 땐 또 “내 생각엔…….” 하면서 뭐라도 답하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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