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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23. 2022

#94. 어쩜 매일 슬프기만 할까

어쩜 이렇게 매일 슬프기만 할까.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도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도 누군가와의 시간을 보내더라도 나는 슬프기만 하다. 슬프기만 하다는 말보다 슬프다는 말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냥 나는 매 순간, 매사가 슬프다. 슬픈 감정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그 위에 얹는 느낌이다. 마치 슬픔의 식빵 위에 즐거운 잼과 치즈, 양파 등을 올리는 것처럼 나는 항상 슬픔을 자초한다. 우울과 슬픔을 자초하게 된다.


잠을 못 자는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슬퍼하는 감정과 우울하고 무기력한 감정들 모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말이 아니고 쓰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 아무런 감정을 일깨워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나는 지금 무언의 응원을 받고 싶을 걸지도 모르겠고 응원이 아니라 그냥 대한민국의 삶의 표본인 그랬구나-의 응원을 받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 대단한 작가가 되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위로와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역설적이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헤아려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가 아픔을 겪고 무너질 때마다 나는 항상 그 옆에서 그 자리를 지키려고 애썼고 그 사람을 옹호하며 그 사람의 감정을 모두 이해하려고 한다. 결국 가해자는 따로 있겠지만 내 앞에 있는 존재는 피해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이니까.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슬프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먹지를 않았고 오늘도 하루의 반,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밥 대신 잠을 택했고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밥을 같이 먹을까요?라는 물음도 무수히 많이 쌓여만 가는 핸드폰의 알람 속에서도 나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만 느꼈다. 이것이 내가 적응을 못하는 것일지, 알게 모르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나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이 사람들에게 진심인데 그 진심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후회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


인간은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서 아무것도 없이 죽는 것뿐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아야만 하고 누군가가 대신 이 세상을, 이 사회를, 이 세계를 바꾸어나갈 만한 소스들이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계속해서 의심하며 하루하루를 지켜나갈 것이다. 지키지는 않겠지만 하루하루 겨우 버텨가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 삶은 과연 성공한 삶인 걸까 아니면 돈이 차고 넘치는 삶이 행복한 삶이고 성공한 삶인 걸까.


누군가에게도 명확한 답을 요구할 수 없다. 누구라도 이 물음에 명쾌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가는 거다.


나처럼 생각이 많고 매 순간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태어나선 안 되는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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