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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23. 2022

다른 날들처럼

역시나 살아왔던 다른 날들처럼 이상하지 않은 당연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브런치 글을 집에 가서 꼭 써야지-하는 마음으로 집에 가면 집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일들 때문에 글을 쓰지를 못한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정말 외부적인 요인에 많이 흔들리는구나 싶다.


다른 날들처럼 나는 또다시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남들이 흔히 고민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쉬운 것 같다. 어떠한 대비책이 있어서 그만두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아무런 대비 없이 회피형이기 때문에 일단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머리를 말리고 오늘은 어제랑 다르게 뭘 입어볼까 고민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 마냥 힘들고 지치는 것이 아니다. 역시나 나는 이 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드는 것뿐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회사의 구성원들은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회사의 목표를 개개인에게 부여하지만 그중에서도 개개인의 목표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중요한 것을 양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것 만큼은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그중 하나가 나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지도 않고 열심히 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누가 봐도 나의 지금은 열심히 산다는 것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는 어림도 없지만 나 자신을 한정 짓는다면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지치고 더 무너지는 것 같다.


아니,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그것을 묵살하고 이걸 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 구하면 돼. 사람은 많아-라는 스탠스만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하고 더 빠르게 무너지는 것 같다.


서른두 살이 되는 과정의 백수라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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