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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7. 2023

난 서울보다 부산이 좋아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부산에서 살아야 할 사람인 것 같다. 서울에서는 너무 많은 것들이 있고 너무 빠르고 정신없이 살고 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여유라는 것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바라는 여유라는 것은 오며 가며 웃음 짓게 하는 순간이 생기는 것인데 서울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서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항상 무표정이다. 아니, 표정이랄 것이 없다. 뭐 그리 다들 열심히 집중해서 죽을 듯이 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여유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사소한 다툼에도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살인사건도 많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잠깐씩 내려가서 살았던 부산의 여유로움이 그리워진다. 물론 부산이라고 삶이 쉽거나 난도가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산 사람들이 더 까탈스럽고 우악스러울 수 있다. 서울깍쟁이처럼 조곤조곤 천천히 차분히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하고 더 공격적인 사람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은 오히려 순한 것 같다. 물론 바다 근처라는 입지 때문에 바가지요금을 요구하거나 강매를 한다거나 알게 모르게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지갑을 벗겨먹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예를 들면 택시라던가 횟집에서의 강매라던가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나도 부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비교하면 나에게 부산이라는 도시는, 적어도 바다 앞이라는 장소는 나에게 휴식과 여유를 가져다주기 충분했다. 비가 올 때는 운치가 있고 분위기가 있다. 하늘이 높디높아 맑은 하늘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그마저도 아름답다. 그저 현실과 비교하자면 그런 것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 내가 바라는 이상과 현실이 너무나도 다를 뿐이겠지. 그래도 나는 부산이 너무 좋다.


타지인들에게 구매를 강요하고 드센 사투리로 사람들을 당혹시키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곳이 좋다. 바다가 좋다. 바다가 좋아서 양양이나 강릉 쪽도 알아봤지만 그곳은 인프라가 너무 발달되지 않은 곳이라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원룸을 알아보는데도 도심과는 거리가 꽤나 있는 집들밖에 없었고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최소 3-6개월 원룸 계약을 한 뒤 그곳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낮밤이 바뀐 나로서는 야간에 칵테일을 만드는 일을 해도 좋고 마트에서 캐셔를 해도 나는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부산 여행에서 마트 캐셔까지 지원을 했지만 정작 돌아오는 연락은 한 건도 없었다. 그저 공인중개사들에게만 연락이 왔고 부동산 수수료라도 벌고 싶은 중개사들이 돈에 눈이 멀어 언제 계약하러 오냐는 연락밖에 없었다.


그런 걸 보면 서울이나 부산이나 인심이 도찐개찐이구나 싶지만 서울에서 누리지 못하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벌써부터 그립다. 지금 모아둔 돈을 야금야금 쓰고 보증금까지 손을 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소한의 보증금은 건드리지 말고 부산에서 살아보고 싶다. 대신, 등쳐먹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건물을 불법으로 쪼개기 한 집주인과 건물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에어비앤비로 3-6개월을 살자니 가격이 정말 미쳐버렸고 돈에 미친 에어비앤비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족이나 여자친구와 함께한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도 부산에 대한 열망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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