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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09. 2024

도쿄 여행에서 느낀 점_둘째 날

첫째 날이 무사히 지나고 둘째 날이 왔다. 사실 도쿄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렜던지라 딱히 일정을 만들어오질 않았다. 도쿄니까 대충 돌아다녀도 뭔가 많겠지 하는 생각으로 왔다. 마치 서울의 중심지인 강남에 숙소를 잡고 어디든 돌아다니면 뭐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도쿄의 뒷골목의 느낌이었고 숙소 주변을 둘러봐도 이자카야가 두 개 세 개 정도밖에 없었고 직장인들을 위한 빠른 식사들의 메뉴들밖에 없었다. 라멘집이 가장 많았고 프랜차이즈 덮밥집이 있었고 심지어 점심 특선 메뉴로만 판매하는 이자카야도 있었다. (분명 저녁에 그 술집 앞을 지나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점심에는 방문객이 없는지 점심 식사메뉴로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사실 첫째 날, 둘째 날을 나눌 것이 아니라 내가 도쿄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적으면 될 일이지만 왜 그렇게 구분해 두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오사카와 다르게 도쿄는 자릿세가 상당히 체계화되어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1차에서 술을 먹고 2차로 술집을 알아보던 중 연초에는 술집이 많이 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모든 술집이 닫혀있을 줄은 몰랐다. 일본의 설날이라고 하는 기간에는 무조건 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1월 1일 여행을 간 잘못이기도 하지만 풍문으로만 들었지 이 정도로 많은 곳이 쉴 줄 몰랐다.


그러다 간판 불이 켜져 있는 술집을 발견했다. 휘황찬란한 일본어가 쓰여있었고 일반적인 폰트가 아니었어서 구글맵에도 나오지 않는 술집이었는데 어찌어찌 찾아서 후기를 보니 꽤나 괜찮았다. 그 시간과 그 상황에서는 그 술집이 가장 베스트였기 때문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메뉴도 꽤 저렴해 보였고 밖에서 보기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방문을 했다.


일단 방문을 하면 신발을 벗고 입장을 했고 신발을 락커에 두고 열쇠를 받아갔다. 그러고 자리에서 메뉴판과 태블릿 PC로 주문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곱창전골을 하나 시키고 니혼슈를 시켰다. 니혼슈는 도쿠리로 먹으면 돈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500ml로 되어있는 보틀로 시켰다. 그렇게 주문을 하니 직원이 와서 이걸 시킨 게 맞냐고 재차 확인을 했고 어떻게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얼음, 뜨거운 물, 차가운 물, 스트레이트 등등 이야기를 했지만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충 다른 술집에서도 먹은 것처럼 온더락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곧이어 얼음이 담긴 잔과 얼음을 담아두고 하나씩 꺼내먹을 수 있는 버켓에 얼음을 한가득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한 잔씩 먹다가 주문한 니혼슈가 25% 가 되어버려서 마시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두 잔씩 찔끔 마시다가 도저히 못 마시겠어서 직원을 부르고 이 술이 너무 도수가 강해서 지금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혹시 가져가도 되는지 정중히 번역기를 돌려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정말 과한 리액션으로 온몸으로 X자를 그리면서 안된다고 했다. 젯-타이 (절대)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이야기를 하니 어쩔 수 없이 다 먹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곧이어 다시 와서 OK를 했다. 그 이후에 물을 시켰는데 몇 번을 호출해도 가져다주질 않았고 우리가 술을 가져간다고 하니 그 부분에서 원리원칙을 지키는 일본인들이 화가 난 걸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그냥 그 술집이 별로였던 것 같았다.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확인하니 얼음 비용까지 추가를 해서 받았다. 물론 자릿세라는 개념은 슬슬 익숙해지고 있던 단계라서 아무 생각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자릿세로 만원이라는 돈을 받는 게 익숙하지도 않았고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얼음 비용까지 받는다는 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이 일로 일본 여행 카페에다 이런 내용의 글을 썼는데 조회수가 1만이 넘어가는 인기글이 되어버렸고 그 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싸우기도 했다. 문화를 모르는데 일본을 왜 가냐라고 말하는 공격적인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옹호해 주는 사람들까지 참 다양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다시는 도쿄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오더라도 이쪽은 오지 않고 시부야나 신주쿠 쪽으로 갈 것 같다. 호텔 가격이 비싸더라도, 바가지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쪽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시부야나 신주쿠로 가지 않을 것이라면 도쿄를 오지 않을 것 같다. 오사카와 비교했을 때 여행이라는 목적보다는 현생을 사는 일본인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적인 모습을 보니 여행객 입장에서는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사카는 한국인도 많고 뭔가 친화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물론 좋았던 술집도 있었지만 그놈의 자릿세와 뭘 시키던 돈이 든다는 그 개념이 너무 무지해서 그랬는지 오히려 충격이었고 역풍이었다. 오사카를 다녀왔을 때도 자릿세가 있었겠지만 이 정도로 심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이지만 도쿄보다 오사카가 맥주가 더 맛있고 부드러웠다.)


누군가 나한테 도쿄갈래? 오사카 갈래? 하면 무조건 오사카를 갈 것이다. 도쿄는 정말 명확한 목표가 있지 않는 이상 가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긴자에서 명품을 싸게 쇼핑하려던가 아키하바라에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피규어를 사겠다던가 신주쿠에서 패션을 배워와야겠다던가 하는 분명한 목표가 아닌 이상 다시는 도쿄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이 나 자신에게 꽤나 충격이었던 같기도 하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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