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돌아오길.
막연한 떠난다는 말은 어떤 말보다도 무겁고 차가운 말이다. 누군가가 떠난다는 것이 긍정적이었던 적도 없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좋은 기억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 열에 아홉은 부정적인 의미로서 나를 떠나거나 나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하는 뉘앙스를 깊게 풍기곤 한다. 떠난다는 것은 분명 좋은 느낌은 아니겠지만 떠나는 사람을 위해 행복을 빌어주고 앞날을 응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신기하기만 하고 얼떨떨하다. 내가 언제부터 남의 성공을 빌어주고 행복 그리고 앞날을 기원했단말인가. 나 자신을 구제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행복을 빌어준다라. 참 낯선 단어다.
그럼에도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몇 있다. 늘 에너지가 밝아서 모든 사람에게 하하호호 웃으며 다가오고 아무렇지도 않은 따듯한 손길을 내밀어준 a부터 엄마같이 잔소리를 하지만 그 잔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좋았던 b, 세상 그 누구보다 무뚝뚝하고 남의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따듯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였던 c, 첫인상은 누구보다도 무서웠고 괜히 말을 걸었다가 헤드락을 당할 것 같이 생겼지만 누구보다도 푸근하고 포근하고 곰돌이 푸의 재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따듯하고 젊은 아빠의 기운을 내뿜던 d,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이곳에 합류하여 성인을 맞이하고 점차 하루하루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마냥 기특하고 내가 뿌듯할 이유가 없는데 괜히 볼 때마다 뿌듯하고 찹쌀떡 같은 e, 첫 만남을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너무나도 강렬하고 강해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옷을 굉장히 다양하고 색 배합을 잘 조합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로스앤젤레스의 한 저택에서 커피를 마실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 f, 케이크를 들고 와서 누구의 생일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얼떨결에 합류를 하고 생일 축하를 해주면서 그 자리에서 팀원들의 화합과 행복, 벅차오르는 감동과 사람이 주는 파급력과 에너지와 같은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된 g, 조용하면서도 은근히 요리조리 잘 돌아다니고 항상 옆에 누군가가 있고 누군가를 둘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꽤 대단하고 조금은 존경스러웠던 h.
이들이 떠나는 것이 왜 이렇게 마음 한편이 미어지는지 모르겠다. 이들에게 받은 시간과 함께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몰아치는 듯하다. 군대에서 선임을 집으로 보낼 때도 이렇게 무언가 차오르는 감정이 아니었을 텐데 왜 이렇게 한 없이 약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마치 무수히 많은 톱니바퀴의 부품들이 몇 개 빠져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느낌이다. 50m짜리 사다리를 펼쳤는데 중간중간 발판이 빠졌다거나 하는 느낌. 이곳에서 그들의 역할은 중요했을지 그렇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각자가 만들어낸 에너지와 힘은 누구에게도 견줄 수 없고 오히려 그 시너지가 공간 전체를 물들인 기분이다. 나 역시도 그들의 바다에서 정신을 놓고 헤엄치고 있었으니.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보려면 볼 수 있는 거리로 이동을 한다.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있고 피자에 맥주를, 치킨에 맥주를 함께 먹으며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오랜만에 만나 밥 같이 먹어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공간에서 떠난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울컥한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만남과 이별이 그 어떤 것보다도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을 보면.
떠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고 어지간해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나은 삶을 개척하기 위한 발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a부터 h까지 모든 사람의 감정이나 속마음을 읽어낼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저들이 함께 모여 함께 일하는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큰 시너지를,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응원해주고 말없이 성공과 올바른 성장을 기원하고 기도를 하게끔 만들어내는 회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더 많다. 특히나 다른 나라들보다 더욱더 각박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성공의 빛을 희망을 볼 수 없는 지옥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지옥에서 똘똘 뭉쳐져 있고 단단하고도 튼튼하게 엮여있어 쉽사리 끊어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다. 물론 사정이 생겨 미래를 보장하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지금 바라보는 것이, 모두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런 부정적인 미래의 걱정 따윈 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부디, 모두가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절대적인 성공의 길이던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일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행복한 꽃길만 걷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