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우지
새로운 이성과의 첫 만남은 항상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케미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는 짧게, 어떤 사람과는 길게.. 너무나 당연하게도 만남의 시간이 사람마다 전부 달랐다.
그리고 많은 만남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 정말 마음에 안 들었을 경우 = 1시간 내외
- 마음에 들었지만 티타임만 하기로 했거나, 피곤함 때문에 쉬어야 하는 경우, 혹은 둘 중에 한 명이 다음 약속을 잡아 놓은 경우 = 2시간 내외
- 보통의 만남 = 3시간 내외(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아지면서 점차 짧아짐)
- 마음에 들어서 혹은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긴가민가하여 계속 대화를 나눠보는 경우 = 4시간 내외
- 말이 잘 통하고 만남이 즐거운 경우 = 6시간 내외
처음 만난 이성과도 잘 맞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데, 당시 남자친구와는 오래 있기가 참 힘들었다.
한 세 시간 정도 있자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한 번은 내가 너무 피곤해하니 남자친구가 우리 동네에 힐링샵(안마의자샵)을 예약해 놓았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힐링샵으로 들어갔다.
이런 곳을 예약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지만, 문제는 안마를 받는데 별로 시원하지가 않았다. 내가 사람 손에 익숙해진 탓인가 보다 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지 않고 각자 안마의자에서 안마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커플이 아니라 오래된 연인의 느낌이 났었다.
안마를 받고, 힐링샵에서 준 차를 마셨다. 집에 가고 싶었다.
"저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 출근해야 하니 이만 집에 가도록 해요"
부모님께서는 벌써 들어온 딸을 보며 화들짝 놀라셨다.
"짧게도 만나고 그러는 거지 뭐~"라고 말했지만 나의 속마음은 달랐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걱정됐다.
그리고 1월, 방학이 되었고 그는 나에게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하였다.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