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춤을 추다 #4

​타인에게서 찾는 행복과 고통은 무개가 같다.

by Maya

그는 떠났다.
그녀는 그와 같이 했던 자리들을 되돌아보며 혼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는다. 텅 비고 아리운 가슴은 눈물을 만들어낸다. 무엇을 말하는 눈물인가, 그녀는 생각한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인생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은 없었다. 혼자 우뚝 서 독립된 나를 만들겠다며 이를 물며 버텨왔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없는 그녀의 인생을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단칼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와 같이 인생을 만들고 싶은 열망으로 마치 심한 몸살 독감이라도 걸린 듯 마음속의 열은 높아져 갔고 그를 향한 원망과 서운함도 그만큼 커져 갔다.


행복과 고통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아침 커피 잔을 내려놓자마자 집안 대청소를 시작한다. 뭐 특별히 손님맞이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러고 싶었던 거다. 한동안 부산스럽게 청소를 끝내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는 이곳에 있고 그는 그곳에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사랑한다고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희망에 대한 그의 말을 다시 생각한다. 그의 단어들은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대다가 가볍게 일어나 나비로 변한다. 나비는 춤을 추듯 그녀의 가슴속으로 날아들어 그녀 몸속의 모든 세포를 간질거린다. 그리고 그녀는 실성하여 머리에 꽃을 꼽은 여자처럼 실실거린다.

"For me it's inspiration. I feel energized. Happy. Motivated. Inside of my chest there is this sensation. Anticipation. All that.”

그녀는 그의 감성을 사랑한다고 한다. 때론 깃털처럼 가볍고 새처럼 자유로운 그의 생각들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녀 또한 그렇게 자유롭고 싶었음이리라……. 하지만 그곳엔 그녀가 걷어내기 힘든 장막이 있다는 걸 그녀는 깨닫는다. 아무리 새처럼 자유롭게 그를 사랑하려 하여도 그녀는 그를 연인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바라볼 수 없었기에 누군가와 그를 공유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불쌍한 처지가 되고 어찌하여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이제 끝내야 해.” 하면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하는 마음을 그냥 뚝 잘라내서 산 밑으로 던지고 싶다고 그녀는 혼잣말을 한다.


“모두 당신 때문이야, 당신과의 인연은 내 안에서 칼바람 같은 아픔일 뿐이야!” 하면서도 “정말 그럴까? 그럼 한 손으로 손뼉을 칠 수 없다는 너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다시 침묵에 빠진다. 그렇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그와 바람을 타겠다는 선택을 했다. 바람은 그저 바람이다. 때로 부드럽게 살갛을 만지고 지나지만 때론 그 매서움으로 살갗을 찢어놓기도 하는 것이다. 그 바람이 항상 살랑살랑할 거라 생각했던 것은 그녀의 철없는 ‘기대’가 만들어 낸 환상이었다.


그는 그녀의 ‘심플함 속에서 진리를 찾겠다.’고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는 지금껏 그녀처럼 인생을 와일드하게 사는(본질에 가깝게 사는) 이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은 실제로 와일드한 어떤 것을 사랑할 준비가 아직 안 되었어.”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그는 그렇다. 그렇게 감정을 주체 못 하는 그녀를 언제나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의 그녀를 향한 사랑과 그녀의 그를 향한 사랑은 다르다. 그녀에겐 그가 말하는 사랑 이란 것이 그저 약한 사람의 나약함과 무책임을 미화한 것쯤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론 깨달은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같다. “진정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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