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춤을 추다 #5

남는 자리

by Maya

그녀는 울고 있다. 아침에 그와 통화 후부터이다. "눈물이 나고 또 나오는데 어디서 멈추어야 할지 모르겠어" 하며 웅얼거리며 운다.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병신같이……. 몇 번을 더,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사는 게 기대되지 않는다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해야만 알 수 없는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까!"

“혼자 걷는 게 힘들어. 그래서 자꾸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어 져.”

“환상이다. 깨어나라.”라고 그녀 안의 목소리들은 말한다.


“당신이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을 사랑해, 나도 당신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라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한다. 그도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아주 적은 생활비로 한 달을 살지만 특별히 부족함을 느끼지 못해. 당신이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을 사랑하고 단순함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면 산으로 와.”라고 그녀는 그에게 말하곤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하는 삶의 방식을 누구나가 실제로 택하고 또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녀는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그 또한 “당신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 했지만 그는 그녀처럼 살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녀보다 그를 먼저 찾아낸 여자가 있다. 그들 또한 일 년에 서너 차례 서로를 만날 뿐 같이 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파트너라 부른다. 그리고 그는 그 여자를 파트너라 계속 부를 생각인 듯하다. “내가 채울 수 없는 그 뭔가를 그 여자는 채울 수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할 때면 그녀의 마음은 질투로 아프다.


서로의 여백에 스며들지만 서로를 규정하지도 속박하지 않으며 서로를 통해 서로가 더욱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관계를 그와 함께라면 이룰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그와는 상관없는 그녀의 욕망일 뿐이었다.


꿈이라 치부하기엔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한 2년 이란 긴 시간 동안 그녀는 바람과 춤을 추었다. 그리고 이제 그 바람의 끝을 본다. 결국 그도 그녀도 각자가 걸어야 할 길을 걸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길 위에서 그들은 만남을 경험했고 그 경험은 각자의 경험으로 남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감사히 받고 귀히 여기는 것 또한 각자의 몫인 것이다.


“이렇게 지나가고 마는 것인데, 고단해해야 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대여, 잘 가시오.” 가슴속의 먹먹한 연우를 지켜보며 그녀는 그에게 또 그녀 자신에게 무언으로 말한다.
“It's your road……. and yours alone……. Others may walk it with you, but no one can walk it for you."


아침 빛이 작열하게 찬란하다. 그리고 그것 아래 모든 것은 뽀샤시 하다. 뽀샤시 한 하늘 아래 매 한 마리가 뽀샤시 하게 산언저리를 빙 돌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내 사랑 그 마지막 기억이 이 아름다운 빛과 함께 남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라고 오늘 아침 빛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며 그녀는 생각한다.
그대여, 잘 가시오.
자, 그리고 작열하는 빛이여, 이젠 나의 이 젖은 마음을 뽀샤시 하게 말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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