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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Jul 31. 2016

당나귀와 소

우리는 이웃이다.

환한 아침 햇살 속에 보슬비가 내린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구슬처럼 빛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아름다움 속에 이렇게 종일 앉아 있는 다 해도 지치지 않을 듯하다. 


어제 인터넷 사용을 위해 타운에  다녀온 사이 내 집에 당나귀 두 마리가 다녀갔다. 발자국으로 보아 그 녀석들이 틀림없다. 티 봉투가 뜯기고 봉투에 있던 티 모두가 흙 위에 뿌려져 있다. 얼마 전 스페인에  다녀온 Y가 내게 준 티 한 봉을 생각 없이 밖에 있는 테이블 위에 놓아둔 나의 잘못이 크다. 


이들은 나의 이웃이다. 아직 내 집 주변으로 울타리가 없어 그냥 아무 때고 먹거리를 찾아 머리를 드 밀고 내 집에 온다. 어떤 때는 열어 놓은 창문으로 머리를 쑤욱 드밀며 방안에 있는 나를 살피기도 한다. "어휴, 이놈들! 곧 네놈들이 내 집에 얼씬도 못하게 할 거야.” 쫒아도 쫓아도 다시 찾아오는 당나귀 두 마리. 다 괜찮은데 니들이 내 작은 텃밭을 밟고 다니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나는 이놈을 '흰놈' 이라 부른다.




무게가 어림 8kg은 족히 되는 25m 호스를 대견스럽게 등에 짊어지고 올라왔다. 내일부터 채소밭에 물 주는 일이 더욱더 재미있으리라. 누가 알았을까? 뉴욕 시내에서 하이힐 신고 뛰어다니던 여자가 이곳 에콰도르 그것도 작은 마을 그것도 산 위에서 고무장화 신고 당나귀와 소를 쫒아 다니고 호스를 등에 지고 산을 오르고…….


이렇게 하면 무지개도 만들수 있어요.


산은 산에서 사는 모든 것들의 집이다. 당나귀, 소, 새, 토끼, 나무, 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두의 집이 이 산이다. 하지만 서로는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 모든 동물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며 싸운다. 나 또한 피를 흘리며 싸우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울타리를 쳐서 이곳은 내 영역임을 그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말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과는 다른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미워할 수도 예뻐할 수도 없는 당나귀와의 싸움은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한다. 입구에 철사로 줄을 쳐 놓았지만 철사 사이로 여유 자작 들어오며 내게 아침 인사를 하는 놈들. 어떻게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도 먹어야 살고 살기 위해서 텃밭을 지켜야 한다. 빨리, 빨리 울타리를 쳐야 한다.


흰놈이 내집에 놀러 온 친구들을 반긴다.

씨를 뿌리고 한 달을 공들여 물 주고 이제 예쁘게 자라기 시작 한 채소들이 결국엔 당나귀가 아닌 소들의 무지막지한 발에 짓밟히고 말았다. “아, 망할 놈의 소들.” 타운에 일이 있어 나갔다가 해가 진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놈들은 아주 편안하게 내 마당을 다 차지하고 주무시고 계셨다. 기다란 나뭇가지로 녀석들의 큰 엉덩이를 살짝살짝 건드려 가며 그들을 겨우 몰아내고 텃밭 피해 확인을 위해 손전등을 비춰보니……,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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