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예방 접종

얼굴이 붉도록 울던 날, 20200106

by 윤신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병원이 싫다.

그들의 정신없이 빠른 손놀림에 뭐가 지나간지도 모르게 차가운 것이 제 몸을 훑고 지난다.

잠깐 숨을 돌리려 가쁜 숨을 쉬던 찰나 쑤욱, 가늘고 긴 바늘이 작고 통통한 허벅지를 뚫는다.

으아아아아 앙-

이유도 모른 채 동동 아빠 품에 매달려 온 곳에서 얼굴이 분홍 옷보다 빨개지도록 울음을 터트린다.



괜찮아, 괜찮아.

다 아가를 위한 거야.



글쎄, 사실은 모른다. 난 의사도 아니거니와 의학계 학자도 아니다. 청진기로 어떤 증상을 알 수 있는지, 이달에 맞아야 하는 다섯 번의 주사는 병을 100% 예방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가의 건강을 위해 이 과정을 스쳐가는 세상 모든 엄마들 중 한 명일 뿐이다. 투명한 주사액이 작은 몸에 들어가 제 역할을 단단히 해주길 바라며, 바들대는 아가를 달래는 엄마들 말이다.



D+129

키 : 65 cm

몸무게 : 7.9kg

체형 : 오동통 (엄마 측정)



잠시 울음을 터트렸지만 아가는 제법 씩씩하게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른 날과 달리 밤잠에 들기 전 있는 힘껏 울어댄다. 한낮의 긴장과 통증이 이제야 풀어져 버린 걸까.

바둥바둥 발을 차는 아가를 가슴께에 꼬옥 끌어안고 아직 파란빛을 띠는 엉덩이를 토닥인다.



괜찮아, 괜찮아.

오늘도 지나갈 거야.

괜찮아. 괜찮아.

참, 아가.

네가 진찰받을 때 아빤 차마 널 보지도 못하더라. 허공만 뚫어지게 보다 네 손과 몸을 온 마음으로 감싸기만 하던데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빠는 아마 너보다 훨씬 더 네가 아픈 걸 싫어할 거야. 그건 확실해.

그러니 혹, 언젠가 마음이 아프거나 슬픈 날이 오면 꼭 생각해. 네가 아플 때 너보다 더 아파할 사람이 있다는 걸.

오늘 주사 꽁, 꽁 하고 맞느라 고생했어.

얼른 코-하자. 우리 찰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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