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아마도 가장 많이 하는 말
오늘은 아기의 달랑거리는 콧물과 그럼에도 힘껏 폴짝거리며 걷는 모습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 글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도 할 일은 많았지요. 미역 줄거리를 물에 담갔다가 데치고 볶기, 넘칠 듯 가득 찬 싱크대 그릇 비워내기, 기저귀와 아기 간식 그리고 먹다 남은 우유병이 나뒹구는 가방 속 정리하기, SNS에 남겨진 안부들에 답하기, 국립 현대미술관 예약하기, 평화로운 당근 마켓에서 산 CD 6장의 곡 리스트 살펴보고 듣기, 몇 페이지만 남겨놓은 읽다 만 책 끝내기, 뭐 그런 일상들이요.
하지만 전 지금 아기의 바로 곁에서 오로지 손가락만 타닥이며 타이핑을 합니다. 이것만이 내 생의 목적인 듯 아이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습니다. 오늘따라 아윤이가 자주 깨거든요. 어느 것도 아기의 곁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숨죽여 아기의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호위무사가 되어 아기의 불안함과 악몽을 두 조각으로 베어 떨칩니다.
잘 자던 아기가 열 시 즈음 있는 힘을 다해 울며 깨어났을 때, 그러니까 눈을 감은 아이의 작은 콧구멍에서 콧물이 풍선처럼 크게 부풀었을 때 말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그치지 않는 코 막힌 울음에 아기 아빠는 넘쳐흐르는 콧물을 제 입으로 쪽 빨아들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기는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었는지도 모릅니다. 괴테의 시, 마왕처럼 어둡고 어두운 꿈같은 것 말이지요. 하지만 아기를 꼭 껴안고 동동 구르는 우리의 발은 꿈이 아닌 현실에 있습니다. 당장에 가능한 그 무엇을 찾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코를 닦고 이마를 짚고 배도라지차를 먹이는 역시나 일상적인 것이요.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사랑해’ 일 것입니다. 이름 다음으로요.
그런데 그 말이 아이가 이유 모를 일로 울거나 아플 때만큼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없습니다. 사랑으로 안 되는 일, 아니 사랑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은 세상에 너무 많으니까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어 미안하고 모든 게 내 탓 같아 돌아서서 우는 사람이 부모인지도 모릅니다. 코감기가 쉬이 낫지 않는 것이나 애초에 비염을 물려준 것에도 먹먹한 마음이 되어 눈물을 비비고 자책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내 아가의 이마를 쓸어내리고 더없이 마음을 담아 말하죠. 사랑한다, 아가.
사랑에 어떤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담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일도 내일의 내일도 그다음 내일도
난 아윤이를 꼭 끌어안고 고백할 겁니다.
이 순간 헤아릴 수 없는 엄마들이
그러듯이요.
다행히도 아가는 더 이상 깨지 않고 곤히 잠들었습니다.
까만 밤,
마음을 덥히는 온기 가득한 밤이 되시길, 그저 모두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쌓이고 밀린 생활의 일은 그만 내일로 미루고 잠에 들겠습니다.
잘 자요.
무한한 사랑을 받은 누군가의 딸이자 아들일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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