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by 윤신



실로 나무를 그리면서 한낮

당신의 말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솔직함이 부럽다고

어쩌면 그렇게 솔직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나의 대답은 이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부끄럽지 않아요


당신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저도 부끄러운 건 아니에요, 그저...

그리고 당신은 잠깐 망설였지요


나는 나를 견디지 못하던 때가 있습니다 이 몸뚱이를 뱉어낸 뒤틀어진 근원들과 함께 비틀어진, 나는 우스운 사람이라고요 하지만 우습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나요


일곱 살 때 동네 짜장면집 오빠가 나를 화장실로 데려간 적이 있습니다 다리를 벌려 봐,라고 해서 다리를 벌렸어요 잠깐만 볼게,라고 해서 잠깐만 보게 두었습니다 그건 정말 나의 부끄러움인가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부끄럽지 않고 나서야 솔직해진 나는 다른 경우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나의 방법이지요 아마 당신에게는 당신의 방법이 있을 겁니다 쥔 손을 놓고 흩트리고 다시 쥐고 밀어버리는, 우리에게는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당신에게는 당신의 방법이 있겠지요


어쩌면 나는 그때 그 말을 했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나는 말이 이뿐만은 아니고요


생각이 실이 되고 실은 선이 되어 조금씩 번져 갑니다

내일이면 여기에 암록의 잎과 푸른 열매가 맺힐지도 몰라요

그러나 이제 막 내 앞에는 빈 가지가

오직

빈 가지만이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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