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안에 물이 차오른다
오래 앓던 이가 끝내 빠지질 않고
몰래 깨트린 낱말이 서랍 속에서 달싹이면
습한 눈을 감고 오늘도
밤이겠네요
유독 긴 밤이겠네요
시커먼 물의 한가운데
나는 빠지고 밑도 없이 빠지고
쥐고 흔드는 너의 이름은 뭐야
알 수 없는 것들이 잉태되던 알 수 없는 말들이 지나고
살겠다고 나는 기도하고
쥘 손을 찾지만 어쩐지 그곳엔 아무도 없어서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사람들은 이런 걸 끌어안고 어떻게 사나
캄캄한 속에서 눈만을 오직 습한 눈만을 열었다 닫으며
이 밤이 지나기를
새벽이 차오른 물을 삼킬 때까지 숨을 참다가 또
어디선가 익숙한 얼굴이 떠내려오면
밤이겠네요 거기도
유독 긴 밤이겠네요
어느새 만진 이불이 축축이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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