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질문을 붙드는 사람
그림자가 무심코 떼어버린 귤락 같은 껍질을
손끝에 쥔 채 비척비척 제 안을 서성대는 사람
씨앗, 단추, 호루라기, 조각칼
무엇이든 나오는 물체주머니에 나까지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있는 것과 없는 것
없는 것과 있는 것
오후 내 말을 곱씹다가
빼꼼 고개를 뺀 아이에게
너는 있어야지 너는 꼭 있어야지
왜 보다 어떻게를 생각하게 된 사람
죽음은 생의 반대말인가요
영혼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디에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곁에 둔 채
끝내 질문을 놓지 않다가
간신히 놓은 그것을 다시 부여 쥐고 마는 사람
장래희망은 비가 오면 비를 맞는 사람
있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지만
묻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때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여기던 때가
누구나 있고
나의 지금도 별 반 다르지 않지만
만약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
흰 무와 멸치를
오래 끓인 육수에
반나절 숙성시킨 반죽을 뚝뚝 떼내어
김치도 풀고 콩나물도 넣어
칼칼한 수제비 하나 건네고 싶다
맛있나요 살만한 맛인가요
실없는 수다를 나누다 보면
비를 맞고 먼 길을 걸어온 그녀의 머리가 다 마르고
주머니 속 축축하게 젖은 질문이
아주 조금은 명쾌해질 것이다
저마다의 무너진 물음 앞에 다가설 힘은
그렇게 생기는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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